후지산 걷기(1): 걷기 전에 풍경이 먼저 다가왔다

단풍의 계절, 후지산 둘레길을 향한 첫 이틀

by 필로트래블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富士山)은 시즈오카현 북동부와 야마나시현 남부에 걸쳐 솟아 있는 일본 최고봉이다. 해발 3,776m, 지름 35~40km에 이르는 성층화산으로, 완벽에 가까운 원추형의 산세를 지녔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반복되는 분화를 두려워하면서도, 이 산을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여 왔다. 후지산은 신앙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수많은 시와 그림의 배경이 되어 왔다.


단풍철의 후지산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후지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등재 대상은 산 자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후지산을 둘러싼 호수와 용수, 폭포와 숲까지, 총 25개의 구성 자산이 ‘후지산 문화유산’을 이룬다.

이번 여행은 바로 그 후지산의 중턱과 기슭, 그리고 구성 자산을 따라 걷는 3박 4일의 여정이었다. 단풍이 가장 고운 계절,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여행 첫날 아침 8시 10분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몸을 싣고 여정을 시작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었지만 공항은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요즘은 여행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구분하기 어려운 듯하다. 몇 해 전 구정 연휴 때보다도 더 붐빈다는 인상이었다.


우리 여행팀은 모두 12명의 여행객과 인솔자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부부 두 쌍, 그리고 여성 네 쌍. 여러 차례 단체여행을 해 왔지만 대부분 부부 위주의 구성에 익숙했기에, 이번 인적 구성은 꽤 새롭게 느껴졌다.

한국에서 후지산으로 향하는 관문은 대체로 나고야, 도쿄, 시즈오카 공항이다. 거리만 놓고 보면 시즈오카 공항이 가장 편리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나고야 국제공항을 이용했다. 개별 여행이라면 시즈오카 공항을 선택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하마마츠 플라워 파크를 한 바퀴 돌다


10시 무렵 나고야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관광버스를 타고 하마마츠 플라워 파크로 이동했다. 이동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이곳은 사계절 다양한 꽃이 피는 정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계절별로 풍경도 뚜렷하다. 봄에는 벚꽃과 등나무 꽃이 흐드러지고, 초여름에는 수국과 붓꽃이, 한여름에는 연꽃과 해바라기, 가을에는 수선화가 공원을 채운다. 겨울에도 유채꽃과 매화, 이른 벚꽃이 꽃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11월의 공원은 꽃이 거의 지고 나무들만 앙상했다. 아쉬움이 남았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분수 연못과 그 뒤로 유리 온실인 크리스털 팰리스가 눈에 들어왔다. 공원은 약 30만㎡로 규모가 상당해 내부를 순환하는 전동차 ‘플라워 트레인’이 운영되고 있었다. 15분 정도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다섯 곳의 정류장에서 승하차할 수 있다. 우리도 전동차를 타고 편하게 둘러보았지만, 꽃이 만개한 계절이라면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는 편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후지산으로 가는 길


원래 일정에는 후지산 등반 출발점 중 하나인 후지노미야로 이동해 시라이토 폭포를 먼저 둘러볼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지체되어 폭포는 다음 날로 미루고 곧장 숙소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으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 안의 시선이 일제히 창으로 쏠렸다. 이동하는 내내 각기 다른 각도에서 등장하는 후지산의 풍경 덕분에 긴 이동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인솔자는 일주일 전 같은 코스로 왔던 팀은 이동 중 비가 계속 내려 후지산을 전혀 보지 못했다고 전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졌다.


전망이 뛰어난 온천 호텔


이틀간 머문 숙소는 후지산 기슭 해발 약 1,000m 지점에 자리한 온천 호텔이다. 호텔 앞에는 후지산 5호 가운데 가장 넓고 표고가 높은 야마나카 호수가 펼쳐지고, 뒤쪽으로는 후지산이 우뚝 서 있다. 호텔 식당 앞 정원으로 나가면 나무 사이로 후지산의 만년설이 모습을 드러낸다. 날이 맑을 때는 그 풍경만으로도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호텔 객실에서 본 야마나카 호수 전경


온천 수질도 좋아, 온천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아침저녁으로 빠짐없이 온천욕을 즐겼다. 다만 객실 상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라이토 폭포에서 구름을 걸친 후지산을 보다

둘째 날 아침 9시에 숙소를 나섰다. 전날 일정에서 미뤄두었던 시라이토 폭포부터 찾았다. 시라이토 폭포는 후지산에서 녹아내린 눈이 단단한 용암층 사이에서 솟아나 이루어진 폭포다. 높이는 약 20m, 폭은 200m에 이른다.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에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들이 시상을 얻기 위해 찾았던 곳으로, 현재는 국가 명승지이자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시라이토 폭포


세계 3대 폭포를 모두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압도적인 감동까지는 아니었지만, 쾌청한 하늘 아래 살짝 단풍 든 숲과 어우러진 폭포 풍경은 충분히 마음을 맑게 해 주었다.

폭포 위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후지산과 폭포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구름이 걸린 후지산이 폭포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시라이토 폭포 전망대에서 본 후지산 전경


다음 편에서는 타누키 호수, 모토스 호수, 아오키가하라 이끼숲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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