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르모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남짓 달리면 체팔루에 도착한다. 인구 1만 4천 명 정도의 이 작은 마을은 바다에 바로 닿아 있다.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해변의 도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체팔루는 영화 <시네마 천국>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주요 촬영지는 다른 마을이었고, 체팔루는 해변의 일부 장면에만 등장했다고 한다. 이 마을이 영화 속 장면과 또렷하게 겹쳐지지 않은 이유인 듯하다.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의 우정, 낡은 극장을 중심으로 흐르던 시간들, 잔잔하게 이어지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지금도 그 주제곡이 흘러나오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체팔루의 바다는 그 음악처럼 잠잠히 곁에 있었다.
바다와 바위 언덕 사이에서
해변을 따라 잠시 걸었다. 사람들은 모래사장에 누워 시칠리아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느긋하고, 서두르지 않는 오후였다. 마을 뒤편에는 거대한 바위 언덕 라 로카가 든든한 병풍처럼 솟아 있었다. 체팔루는 바다와 바위 언덕 사이에 안겨 있는 마을처럼 보였다.
체팔루 대성당의 황금빛
마을의 중심에는 체팔루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 제단을 장식한 황금 모자이크는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이미 팔레르모에서 팔라티나 예배당을 본 뒤라 마음의 파동은 크지 않았다. 여행에서는 방문 순서가 감정을 좌우할 때가 드물지 않다.
대성당 앞 광장과 계단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햇살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쉬고, 다시 길을 나서는 모습들.
오래된 생활의 흔적
골목을 따라 걷다 중세 공중 빨래터를 만났다.
계단 아래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든 구조는, 이 마을이 오랜 시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관광지로 단정하게 정리된 풍경보다, 이런 생활의 흔적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을의 윤곽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크지 않은 마을이었지만, 바다와 영화, 종교와 생활이 마을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체팔루를 떠나며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올랐다.
영화의 바다는 뒤에 남기고, 시칠리아의 동부를 향해. 이 섬의 얼굴은 아직 몇 번 더 바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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