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미나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 〈대부〉의 촬영지 사보카로 향했다.
1편에서 마이클 콜레오네가 도피 끝에 머물렀던 마을. 어두운 마피아 갱단들의 암투 스토리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감미로운 주제곡 <사랑의 테마>가 가장 잘 어울리던 곳.
이곳에서 그는 순박한 아폴로니아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폴로니아가 마이클 대신 사고를 당해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그러나 사보카는 비극적인 것이 어울리지 않는, 목가적이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자, 작은 광장과 바 비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폴로니아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선술집으로, 마이클이 청혼했던 장소다. 지금도 영업 중이지만, 내부는 영화 사진과 기념품으로 가득해 작은 박물관 같았다. 맞은편에는 촬영하는 자세를 취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조형물이 서 있다. 이 마을이 여전히 ‘〈대부〉의 마을’로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우리는 결혼식이 끝난 뒤 신혼부부가 내려왔던 길을 거꾸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길은 더없이 목가적이었고, 주변에는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결혼식이 열렸던 성 니콜로 성당은 생각보다 작고 소박했다. 영화 속 장면처럼 특별해 보이기보다는, 그저 오래된 마을 성당 하나가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었다.
마을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없었다. 구름 낀 하늘 아래 비가 오락가락했고, 영화 속 햇살 가득한 사보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이곳이 조금은 쓸쓸하게 다가왔다. 사랑과 비극이 스쳐 간 장소라는 사실보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오래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