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소도시 여행 ③
시에나 두오모, 흑과 백, 그리고 별이 있는 성당
점심을 마치고 시에나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정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아순타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Assunta). 통합권에는 본당과 지하 예배당, 피콜로미니 도서관, 세례당, 박물관, 그리고 파노라마 전망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여기에 ‘천국의 문’ 투어가 추가된 별도의 통합권이 있었으나, 우리는 ‘천국의 문’ 투어를 포기하고 기본 통합권을 선택했다.
흰색과 회록색, 분홍빛 대리석으로 장식된 파사드는 섬세한 조각으로 가득하다. 대부분은 조반니 피사노의 설계다.
성당 내부에 들어서자 흑백 가로줄 무늬의 기둥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 색채는 시에나의 상징이다.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후손이 흑마와 백마를 타고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바닥에는 만화처럼 흥미로운 대리석 상감 모자이크가 가득 그려져 있다. 늑대에게 젖을 먹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도 여기서 다시 만난다.
특이하게도 바닥에 이집트의 예언자 헤르메스의 형상이 보인다. 인간이 하나님의 우주 창조 원리를 들여다볼 수 있으며,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사상은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이들은 기독교의 진리가 고대 그리스나 이집트의 지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시에나 두오모가 그 흔적을 품고 있는 이유다.
천장은 짙푸른 밤하늘에 별을 흩뿌려 놓은 듯하다. 거울이 달린 의자 덕분에 고개를 들지 않고도 천장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피콜로미니 도서관, 색채로 가득한 방
성당 옆의 피콜로미니 도서관은 ‘찬란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화사한 프레스코화들이 색채와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천장에는 신화를 소재로 한 프레스코화가, 벽에는 피콜로미니의 주요 행적을 그린 프레스코화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움브리아 예술가 핀투리키오의 작품이다.
벽화 아래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찬송가 악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악보에도 화사한 색깔의 성화가 그려져 있다. 이 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파노라마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시에나
두오모 박물관 옥상의 파노라마 전망대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성당의 돔과 종탑, 멀리 보이는 만지아 탑과 캄포 광장. 개인적으로는 만지아 탑보다 이곳의 전망이 더 좋았다. 두 곳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이곳을 권하고 싶다.
박물관과 세례당에는 외벽을 장식하던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 원본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났다. 시에나 두오모는 반드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관람해야 할 성당이다.
커피 한 잔의 각성 효과인지, 시에나의 공기 덕분인지, 하루 종일 걸었음에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람시 광장으로 향하던 길에 잠시 방향을 착각해 반대편으로 걸어 내려온 순간, 피로가 몰려왔다. 길을 모를 때보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더 피곤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저녁은 피렌체 중앙역 근처의 한식당에서 해결했다. 비빔밥과 제육볶음밥. 모처럼 먹어보는 한식다운 한식이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행 가이드로 보이는 한국인에게서 산 지미냐노와 아시안 식품점에 대한 유용한 정보도 얻었다. 뜻밖의 수확까지 더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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