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한 바퀴, 느리게 여행하다 ③
알프마리팀 주의 주도인 니스는 인구 약 35만 명(2022년 기준), 근교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에 이르는 프랑스 제5의 도시다. 교통이 편리해 지중해 연안 관광의 거점 역할을 한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 ‘영국인의 산책로’)는 서쪽 공항에서 동쪽 에타쥐니 길(Quai des États-Unis)까지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약 7km의 해안 산책로다.
18세기 후반부터 영국인들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니스에서 겨울을 보내기 시작했다. 1820년, 유럽을 강타한 혹한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영국인들이 산책로 건설을 구상하고 자금을 지원했다. 이 길이 ‘영국인의 산책로’라 불리게 된 이유다.
주말이면 산책로는 가족과 연인들로 붐빈다. 파란 의자에 앉아 지중해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모습에 미소짓게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도 자주 열린다. 그러나 2016년 7월 14일, 이곳에서 발생한 테러로 불꽃놀이를 즐기던 130여 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있었다.
니스의 해변은 유난히 검은 자갈로 덮여 있다. 몇 해 뒤 찾았던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의 포지타노에서도 비슷한 해변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런 자갈 해변이 지중해 연안의 또 다른 풍경인지도 모르겠다.
마티스 미술관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의 미술관도 니스에 자리하고 있다. 마티스 미술관에는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대표 회화 작품은 많지 않다고 한다. 대신 브론즈 조각, 스케치, 색종이를 오려 붙인 콜라주, 그리고 마티스가 사용하던 팔레트와 붓 등 그의 삶과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회화를 기대하고 찾는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니, 방문 전 기대치를 조금 조정하는 편이 좋겠다.
마세나 광장
마세나 광장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니스의 중심 광장이다. 붉은 황토빛 이탈리아풍 건물들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고, 가까이에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구시가에서는 좁은 골목과 다채로운 시장, 바로크 양식의 성당들을 만날 수 있다. 매년 사순절 직전 2주간 열리는 니스 카니발도 이곳에서 시작된다.
샤갈 미술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는 샤갈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마르크 샤갈이 1966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한 17점의 회화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약 450점의 작품을 소장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샤갈 전용 미술관이다.
공식 명칭이 ‘국립 마르크 샤갈 성서 이야기 미술관(Musée National Message Biblique Marc Chagall)’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성서를 주제로 하거나 종교적 색채가 짙은 작품들이 중심을 이룬다.
샤갈은 성당을 장식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는 구약성서 ‘아가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니스 인근의 방스에 있는 성당에 걸고자 했으나,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시 문화부 장관 앙드레 말로의 제안으로 이 미술관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니스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샤갈 미술관을 찾았다. 외관은 현대적이면서 단정했고, 중앙에는 넓은 잔디와 연못, 야자수가 어우러진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정원 연못가에는 대형 모자이크 <예언자 엘리야>가 전시되어 있었다.
학창 시절 접했던 대표작들을 많이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화풍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인생 후반기에 직접 참여했던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친 뒤 마세나 광장을 거닐고, 프롬나드 데 장글레 해변의 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잠시 여유도 즐겼다.
돌아오는 길,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던 산책로와 해변에는 줄지어 선 야자수들이 늘어서 있었다. 겨울에도 온화한 리비에라의 공기가 그 풍경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남프랑스여행 #프로방스여행 #니스 #프롬나드데장글레 #마세나광장 #국립마르크샤갈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