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요 속에서 걸음을 내딛다:
나타데라와 공예마을

아와즈 온천과 호시료칸 여행(1)

by 필로트래블


우리는 때로 아주 오래된 것들 앞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1,300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품은 공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시카와현의 깊은 품에 안긴 아와즈 온천으로 향하는 길, 그 여정의 시작은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예술품, ‘나타데라(那谷寺)’와 마주하는 것이었다.


자연이 깎고 시간이 다듬은 사찰, 나타데라


경내에 발을 들이자마자 공기의 흐름이 달라진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 사찰의 입구를 지나면, 삼나무와 동백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참배 길이 경내 깊숙이까지 뻗어 있다.


나타데라는 일본 불교 진언종 계열의 고찰이다. 2017년에 창건 1,300년을 맞이하였다. 암석 언덕과 절벽 암굴, 울창한 숲,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온 이끼와 그 위를 조심스레 덮은 햇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사원들 – 참으로 경이로운 풍광이다. 이 사찰은 일본 국가 명승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본전과 배전, 삼중탑 등 7동이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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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11724-다히카쿠절.JPG 나타데라 입구(상), 금당화왕전(하), 배전 다이히카쿠


경내의 전망대에 오르니 나타데라를 상징하는 기암유선경(奇岩遊仙境)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기암괴석들은 마치 수만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서서 인간의 생로병사를 묵묵히 지켜본 증인 같다.


관음보살이 안치된 동굴을 돌아보며, 오래 이어져 온 사람들의 믿음대로 내가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씻겨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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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11726.JPG 기암유선경(상), 명상실로 오르는 계단(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다는 이곳의 풍경, 나는 이날 단 한 장의 페이지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나를 둘러싼 이 거대한 자연의 일부로 잠시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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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11722.JPG 나타데라 경내 풍경


느린 손길이 머무는 곳, 공예마을 유노쿠니노모리


나타데라의 고요함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유노쿠니노모리(ゆのくにの森)'였다. 이곳은 이시카와현의 유서 깊은 전통공예들이 한데 모여 있는 마을이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장인들의 정성 어린 손길이 깃든 공방들이 옹기종기 얼굴을 내민다.


넓은 구릉지에 초가지붕을 얹은 고택이 들어서 있는 이곳에서는 화려한 금박 공예부터 소박한 도자기까지 전통공예를 구경할 수도, 체험할 수도 있다. 우리는 마을 숲 속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자연과 공예의 멋을 동시에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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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시작되는 쉼의 기록


자연의 경외심을 일깨워준 나타데라와 손끝의 정성을 보여준 유노쿠니노모리. 이 두 곳을 거치며 나의 여행은 서서히 본연의 색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 몸과 마음을 데워줄 따뜻한 물이 기다리는 아와즈 온천으로, 그리고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호시료칸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에선 또 어떤 시간의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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