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즈 온천과 호시료칸 여행(2)
호시료칸은 고마쓰시 중심가에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무려 1,30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가 있다.
718년 나라 시대 불교 승려였던 타이초오 대사(泰澄大師)가 인근의 하쿠산(白山)에서 수행하던 중 이 일대에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온천이 있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제자인 사사키리 젠고로(佐々木利 権五郎)에게 온천장을 만들게 했고, 그 온천장이 바로 호시료칸의 시작이 되었다. 그 후손들이 1,300년 넘도록 지금까지, 47대에 걸쳐 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17세기에 당시 일본 내 최고 정원 설계자인 고보리 엔슈우(小堀遠州)가 호시료칸의 정원을 설계하여 이 료칸에 유명세를 더했다. 더욱이 료칸 주변과 근교에 관광지가 많아 휴식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시료칸 도착, 다실에서의 첫인상
나타데라와 유노쿠니노모리 관광을 마친 뒤 호시료칸에 연락하자 셔틀버스를 보내주었다. 도착하자 직원은 우리를 호시료칸의 얼굴이라 불리는 다실로 안내했다. 가장 전망 좋은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다실. 창밖으로 일본식 정원이 펼쳐지고, 은은한 향이 감도는 차 한 잔과 만주 하나가 놓였다.
몇 차례의 화재로 건물은 원형을 잃었지만, 이 다실과 현관만큼은 200년 넘는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다고 했다. 차를 마시며 정원을 바라보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음도 평안해졌다.
객실과 정원 – 고요한 품격
료칸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조촐하고 단정했다. 모든 공간에는 과하지 않은 품위가 배어 있었다. 화실 객실은 넓고 깔끔했고, 무엇보다 창밖 풍경이 인상 깊었다. 정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어, 실내에 앉아 있으면서도 자연 속에 머무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머문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서비스 역시 전반적으로 세심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와즈 온천의 수질도 좋았다. 아와즈 온천은 3m만 파면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수가 나오는 곳이다. 각 료칸에 자가 원천을 갖추고 있으므로 료칸마다 온천 수질이 다른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탕이 있는 한국의 온천과는 달리 시설은 단출했지만, 노천탕은 넉넉했고 몸을 담그고 쉬기에 더없이 좋았다.
온천욕을 마치고, 우리가 무척 기대했던 가이세키 시간이 되었다. 이 료칸에서는 투숙 기간 동안 여직원 한 명이 손님을 전담하는 듯했다. 우리 역시 젊은 여직원의 전담 서비스를 받았다.
음식은 훌륭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밥과 국을 제외한 음식이 한꺼번에 차려졌고, 다 먹으면 연락을 달라는 방식이었다. 이유를 묻자, 한국 손님들은 한꺼번에 차려놓는 식사를 선호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취향은 다를 수 있는데, 그 점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한 듯했다.
다행히 우리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다음 날에는 다 먹을 때까지 여러 차례 오가며 정성껏 응대해 주었다. 손님의 기호에 맞추려는 태도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호시료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원이다. 5백 년을 넘긴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었고, 4백 년 된 적송은 그 자태만으로도 주변을 압도했다. 바위와 나무줄기를 덮고 있는 두터운 이끼는 오랜 세월 쌓은 연륜을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다. 연못에서는 사람 팔뚝만 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쳤다.
떠나는 날 전해진 배려와 온기
첫날 고마쓰 공항으로 송영을 나왔던 게시(下司) 씨는 우리가 떠나는 날, 귀빈용 객실을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천황을 위해 지은 객실이지만, 정작 그 천황은 한 번도 들르지 않았고 후대의 천황들이 이용했다고 한다.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스위트룸인 이 객실은 당시 하루 숙박비가 3천 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내 취향은 아니었다. 너무 넓은 방과 단출한 가구는 오히려 휑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게시 씨의 친절은, 이 료칸을 좋은 기억으로 남게 하기에 충분했다.
체크아웃할 때 3천 엔짜리 사은권을 한 장 받았다. 다시 한번 호시료칸의 세심한 배려와 온정이 전해졌다. 다음에 방문할 때 사용하려고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었는데, 꺼내보니 12년의 긴 유효기간도 이미 지나 있었다. 이제 버려야 할 때다.
료칸에서 제공해 주는 송영 차량을 타고 고마쓰 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 길에 올랐다. 게시 씨는 환송하며 끝까지 손을 흔들었다.
호시료칸은 오래된 시간과 사람의 온기가 함께 남아 있는 곳이다. 조용히 머물며 시간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이 료칸은 분명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장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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