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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5. 2021
댓글 하나가 나를 시민기자로
내가 혼자였다면 이 자리에 있었을까
사람이 얼마나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가. 머리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이 자명함을 몸으로 실감하는 나날입니다.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 스펙터클한 한 주였어요. 지난주 오마이뉴스에 글을 다섯 편 송고했고, 그 글이 다 채택되었어요. 그중 두 기사는 탑 배치가 되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지요. 대부분 악플이었지만 말이죠. 와! 인생이 자기 멋에 겨워 흘러갑니다.
작가? 언감생심!
저는 작가를 꿈꾼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렸을 때, 제일 자신 없었던 것이 예체능과 글쓰기였어요. 초등학교 때, 한 친구에게 기죽었던 것이 그 출발이었지요. 그 아이는 언니의 덕을 보기도 했지만, 공부든 그림이든 글쓰기든 뭐든지 잘해서 선생님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어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스스로 그림도 못 그리고, 글도 못쓰는 아이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 말이에요.
대학에 들어와서 약간의 반전이 있긴 했어요. 대학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전공 교양 과목이었는데 말이죠. 예기치 않게 교수님이 내 이름을 부르시더니, 리포트 정리를 잘했다고 칭찬하시는 거예요.
'내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겠지.'
대학 4학년 때는 졸업논문을 써야 했어요. 영어로 써야 했죠. 전공이 그렇다 보니 말이죠. 도서관에서 석박사 논문을 찾아 읽고 인용하며 자기 의견을 도출해 겨우겨우 제출했어요. 그런데 나의 논문이 학과 학회지에 실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예요.
'내가 좀 정리를 잘하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고 약간의 숨통이 트였을 때, 동네 책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지요. 그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임 밴드에 뻔질나게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폭발했나 봐요. 반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글을 잘 쓴다고, 깔끔하게 쓴다고 하더군요. 친구 Y는 블로그 활동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블로그는 무슨!'
항상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를 하며, 한 발짝 느리게 가는 저에게 그것은 그리 혹하는 미끼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Y가 브런치 작가에도 도전해보라는 거예요.
'브런치가 뭐지?'
하도 바람을 넣는 것에 못 이겨 2019년 가을에 브런치 작가 신청도 했었지요. 브런치팀은 귀신같이 알아보더군요.
'이 사람은 글쓰기를 지속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별로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브런치 작가 탈락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죠. 이렇게 느그적 느그적 뭉개고 있었는데 말이죠. 나를 밀어대는 고마운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작년 여름, 두 명의 친구와 함께 김승희의 <남자는 모른다>는 시집을 읽고 감상평을 공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녀들은 이미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나 보고도 빨리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라고 성화였어요. 그녀들의 아우성에 떠밀려 그때부터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어요. 날마다 들락날락 꽤나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3,4개월이 흘렀을 때 블로그 활동이 시들해지고 말았어요. 게시된 글을 읽지도 않고 이웃 신청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어요. 한 명이라도 진심으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제 마음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요. 그러던 차에 그녀들 중 S라는 친구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S에게 블로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자,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게 저에게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
그녀의 브런치 작가 도전기를 참고하여, 저도 드디어 올 1월 말 브런치 작가가 되었습니다.
브런치에서 많은 작가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만난 작가님 중에 '시인과 아나운서'라는 필명으로 시를 쓰는 분이 있어요. 작가 소개에 의하면, 시인이자 아나운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런 필명을 쓰는 거였어요. 어느 날 문득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어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순수 우리말로 어쩜 그렇게 아름다운 시를 낳는지.
구글 검색을 했더니...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었어요. 시인과 아나운서 작가님은 시집을 3권이나 냈더라고요. 저만 모르는 비밀이었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시가 어렵고요, 시집을 사지도 않아요. 그래서 오창석(시인과 아나운서)이라는 분을 여태 모르고 있었던 거죠.
오창석 시인의 <사랑으로 물들다>는 '더꿈'에서 출판했더라고요. '더꿈' 출판사 대표가 누군지 아시나요? 이주현 작가님이에요. 그녀는 말이죠, <별글 사진 동화>로 유명한 브런치 작가님이잖아요. 지금은 출판업을 접었다고 하더라고요.
'와! 이렇게 나랑 차원이 다른 사람들의 따끈따끈한 글을 집에 앉아서 편안히 받아보고 있었다니!'
저에게는 놀라움이었고, 기쁨이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