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가끔 아.하는 문장들을 만난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문장은 마침 머릿 속을 휘젓는 고민거리에대한 답변일 때가 많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은 꽃다발처럼 마주친 문장은 몇번이고 곱씹어 읽는데, 최근의 것은 유시민 작가님이 <나의 한국현대사>에서 인용하신 자아 실현의 욕구에 대한 문구였다.
무수한 변수로 인해 숱하게 부정되어진 이론일 뿐 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들어 의문을 가지던 "성취"의 필요성에 대한 답변으로 이만한 것이 있나 싶다. 최근 들어 심각하게 고민되어지는 이 성취에 대한 의문의 시작은 주말을 너무 헛되이 보내는 것 같다는 한탄의 결론이었다. 바로 다 먹고 살만 하니까 그런 말도 하는 거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았다. 무언가 자격증을 따고, 가보지도 않은 지구 반대편의 언어를 배우고, 하다못해 여행이라도 가며 뭔가를 얻어오는 가운데 나는 그 짧은 주말의 48시간도 알차게 쓰지 못한다는 한숨. 끊임 없는 성취의 갈망에서, 진취적으로 변해야 할 나는 오히려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엄마가 본다면 배를 잡고 웃겠지만 입맛도 잃고 잠도 잘 못자는 것 같다.
나의 요런 고민을 매슬로우 본인도 느꼈는지 그는 죽기 전 자신의 이론의 한계를 인정하며, 이 5단계의 피라미드는 뒤집어져야 함이 옳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자아 실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육체적 욕구의 만족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은 2개 이상의 부분에서 복합적인 만족을 이루어 내는 인간의 위대함을 비롯해 상당한 한계를 가지므로 이러한 성취에 대한 의문에 완벽한 대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먹고 살 만 하니까 그런 고민을 하지라는 대답에, 아니. 나는 진짜로 더 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이런 고민을 해야만 해.. 라는 당당함이라도 얻을 수 있었으니 그걸로 윈윈한 셈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진실은, 나는 오늘도 11시에 일어나며 행동하지 않은 계획들 속에서 여유로움을 한 껏 즐겼다는 것. 고민을 위해서는 적어도 실천이라도 하자는 작은 푸념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