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 해주지 않으니, 내가 건드리는 수 밖에는 없다.
분명히 거슬리는데 왜인지 감히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요즘처럼 집에 있는 시간도 늘고 느긋함을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는 때에는 더 그렇다. 얼마 전 홈 트레이닝을 한다고 방에 매트를 펴놓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한편으로 치워둔 의자가 그렇게 불안했다. 뭔가 다리를 뻗는데 탁 닿을 것 같은 불안함. 그냥 공간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도 귀찮은 운동을 하는데 신경쓰기 싫어서 건드리지 않았다. 결국 다리를 쭉쭉 뻗는 중에 톡 톡 걸리는게 영 신경쓰여 동작을 작게 작게 하고 있었는데, 마무리 무렵에 무심코 쓱 밀어보니 안쪽으로 쭉 밀려가는게 아닌가. 덕분에 마무리 동작만큼은 확실하게 끝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수고도 필요 없는 건데 공연한 감정과 핑계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서둘러 마무리해버리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그러다 이렇게 마무리 무렵에 별거 아닌 문제가 해결되어 버리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시작에도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중간부터라도 고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다 보면 나중에는 마무리라도 잘 했으면 된건가 하는 합리화도 하게 된다.
그런 공연한 감정과 핑계는 행동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면 귀찮음이, 마음이 따라야 하는 일이라면 자존심이 걸리게 되는 듯 하다. 의자 하나 밀어두는 것이 뭐 어려운 일이라고. 설사 뒤에 공간이 없었더라도 그 반대편으로 치워두는 1분도 걸리지 않는 일에 20분의 운동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쓸모도 없는 자존심을 부리겠다며 별일도 아닌 일을 애써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두다 보면 한마디의 대화로도 해결되었을 오해가 한 해가 가도록 풀리지 않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가 나서서라도 " 이 뒤에 공간 있어요. "를 외쳐주며 속 좁은 나를 조금 더 타일러 주었으면 좋겠다. 그럼 이렇게 밴댕이 소갈딱지의 마음을 가진 나라는 사람도 "아 그랬어요?"라고 대답하며 한번 더 툭 건드려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간절한 소망은 뒤로 하고 인생은 결국 내 마음의 공간을 찾아 드는 일이 아닐까. 그러니 왠지 거슬리는 그 문제는 한번 툭 밀어보는 걸로 시작하기로. 괜히 거슬리는 그 사람과의 대화는 한번 툭 던져 보는 걸로 물꼬를 트기로. 생각보다 큰 일이 없는 인생을 살며, 티끌만한 일에 호들갑 떨고 싶지 않은 쿨하고 싶은 나를 위한 작은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