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Jing Aug 06. 2020

물은 적 없는 질문에 대한 대답

노오력 없이는 똑같이 살게 된다구요.


"네 인생에 로또 수는 없는데?"

 으레 점을 보러 가면 던지는 재운 질문에 요란한 옷을 입은 무당선생님은 나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로또를 물어본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공돈은 없다는 말이겠지 하고 흘려들었다. 길지 않은 삶, 뭔가를 공으로 먹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본적도 없었던 지라 그 문장 자체가 괜히 신경을 긁었다. 바란 적도 없는 행운을 왜 들먹여? 그저 내 인생에 내가 만족하고 살 만한 돈을 벌 수 있는지나 알고 싶었을 뿐인데. 

 처음으로 본 신점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며 나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마구 던져줄 줄 알았는데 외로운 밤 집어드는 문학 보다도 와닿는 문장이 없었던 20분. 그렇게 뭔가를 캐묻고 떨떠름하게 어음.. 하는 나도 그 분께는 별로였는지 마지막에 소리친 그 문장이 머릿속에 콕 박혀버렸다. 너 노력안하면 지금이랑 똑같이 살거야. 

 점을 보러 간다는 것 자체가,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걸 의미한다는 걸 알아서일지, 내 이상이 지금의 일상은 아니라는 걸 꿰뚫어서인지는 모르겠다. 모두는 로또를 꿈꾸고, 대부분은 더 나은 인생의 다음 챕터를 꿈꾸며 대게는 #이생망 을 외치는 거 아니었나? 3분전에 무속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평범한 사주라며 본인 주저리를 하시던 분께서 나더러 니 인생은 지금이랑 똑같을 거야. 라고 하시니 뭐라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럼요, 노력할게요. 해야죠. 하고 웃고 나와버렸다. 놀랍게도 지금과 똑같은 삶을 위해서도 어떤 방면으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늘 나은 무언가를 바란다고 할 때 어떤 친구는 피곤하게 산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배불러 그렇다고 했다. 어느 시점, 뭔가 더 나은 것을 위해서는 뭔가 더 나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감히 바라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더 알고 싶었다. 좀 더 효과적인 노력을 하기 위해서는, 그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그래서 어떤 긍정적인 미래를 볼 수 있을지.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한 이유는 하버드를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한층 더 깊게 들어가는 학문의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결혼을 하는지를 물어본 이유는 애를 몇 낳고 몇살에 해서 인생이 필지 말지에 대한 답을 원했다기 보다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답을 원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직장 동료를 잘 봐 그런거. 


 그래서 노력하면 될 거라는 그 모든 점괘들이 못마땅해 이후의 술자리에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 모든게 다 너무나도 상대적이지 않은가? 자꾸 내 모교가 그렇게 좋은 곳은 아니잖아 라고 하시는 분께 그러면 하바드 정도만이 좋은 곳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피임을 늘 하라는 그분께 그럼 어느 사람은 조심을 안해도 임신이 안되나요 물어보고 싶었다고. 정말이지 상처주는 말로 어떻게든 생채기를 내 그 부분을 파고 들려는 그분은 요즘 한창 좋은 우리 가족의 분위기를 들먹이며 콩가루를 내보려고 노력하셨다. 이런 식으로 불신이 생기는 건가 싶을 정도로, 듣고 있자니 옆에 있지도 않은 동생 멱살을 잡을 뻔 했다니까. 


 재미라고 보러간 곳, 재미로 끝날 수 있는 점괘들이 나와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듣지 않아도 될 훈계만 듣고 나온 것 같아 찝찝한 밤 중 써본 일상 서평. 그놈의 미래에 대해 친구에게 해줬던 것 처럼 몇 년이라는 숫자만 말해줬어도 이렇게까지 투덜 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제가 당신께는 너무 큰 사람이었나봐요. 열린 미래만큼 희망찬 것도 어디있겠습니까. 어쩌겠어요. 그럼요. 노력해야죠.

매거진의 이전글 개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