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서 평

혼자의시간, 필요

소셜배터리 20%, 저전력 모드를 킬까요?

by MJing

일주일치 플랜을 짜는 일요일, 왠만큼 중요한 약속이 아니고서는 주말칸은 비워둔다. 평일이 지나가며 어느정도 주말의 시간대들이 채워지면서, 브런치건 저녁약속이건을 막론하고 2회 이상의 약속이 잡히면 마감이다. 지난 2년간 터득한 나의 소셜 배터리 레벨은 "주 2회" 약속이다. 조금 더 약속에 관대했던 시절도, 조금 더 보수적이었던 시절도 있지만 주 2회정도면 나에게는 아주 적절한 수준의 분위기 환기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목요일, 금요일이 약속으로 차버렸으니 토, 일은 통째로 안티소셜데이를 즐겼다.


우선 이 플랜은 나의 소셜배터리를 30% 정도는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또 업무 시간은 나의 사생활이 아니라고 약속했기에 여기에서는 소셜배터리가 많이 쓰이지 않는다. 기준을 30%로 잡은 이유는 내 스스로가 이 이하로 떨어지면 다시 100%까지 충전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많이 걸린다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이쯤 이사람은 스스로를 뭘 그렇게 관찰을 하지 싶겠지만 어느 나이를 지나게 되면 내가 나를 아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이 말이 공감되지 않는 당신, 아직 젊군요?

하여튼 이 플랜을 위해서는 두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째, 나에게 어떤 것이 "약속"의 수준으로 느껴지는 지를 알아야 한다. 이게 뭔 개소리야 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라면 30분이라도 약속이고 에너지고 나에게는 친구랑 커피 한잔 들고 장을 보러 가거나 하는 것은 약속이 아니다. 여기엔 유난히 만나면 힘든 모임이나, 활동도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활동은 2회의 약속을 모두 퉁칠 정도의 배터리가 필요하기도 한데, 이것 또한 사바사. 예를 들어 나에게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3시간 짜리 모임이 1시간짜리 점심 약속보다 나을때도 많다.

둘째. 그래서 안티소셜데이에 뭘 할건데? 이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 완전 사회와 단절되어 집안에 머무르는 안티소셜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보통 내가 선호하는 안티소셜데이는 아주 생산적이되, 정제된 활동과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실 말이 거창하지 루틴에 넣기엔 힘든 것들을 몰아 하는 날이다. 고양이 화장실 통째로 청소하기, 이불 빨래 하기. 이런 것들은 이상하리만치 약속 사이에 하려면 진이 빠진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만남의 즐거움을 방해한다. 그렇게 혼자여도 바쁜 하루를 보낸 뒤에 내가 아주 주의하는 점은 휴대폰에 빠져 3시간을 순삭하지 않는 것이다.

세계에서 잘나간다는 척척석사박사들이 모여 만든 알고리즘은 미친듯이 똑똑해서 스크린타임 제한은 가볍게 무시하고 숏폼에 빠져들기 일쑤다. 요즘은 릴스보기로도 힐링도 하고 한다는데, 나도 그걸 계속 보는 주제에도 뇌가 살살 녹는 느낌이 너무 무섭다. 일부로라도 영화를 보고, 좋은 시리즈를 소비한다. 정주행을 하기에도 좋다. 최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나왔던 것들을 보지 않았다면 이럴때 본다.


이렇게 안티소셜데이를 보내는 막바지엔 약간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110% 정도가 되면 전화라도해서 말을 해야 한다. 이런 시간은 누군가가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 아니다. 누가 나쁘고 누가 이상한 사람이라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나는 내 시간을 보내는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간에는 남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없다. 혼자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에 가깝다. 아무도 안만나도 주말에 재밌잖아? 많이 했잖아? 하며 고양이랑 노는 시간을 좀 더 쓰기도 하고, 일부러 요리도 좀 더 해보기도 한다. 어떤 순간들은 생산적일 필요가 없다. 그렇게 오늘도 혼자를 살아냈으니 안티소셜데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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