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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May 25. 2017

안녕하신가영 -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어떤 울부짖음 같기도, 안도하는 한숨 같기도

안녕하신가영의 '숨비소리'는 EP '좋아하는 마음'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당시 열렬한 짝사랑 중이던 내게 타이틀곡 '좋아하는 마음'은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내 마음 속 소리들 같았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숨비소리에 애착이 갔고, 계속 반복해 들었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나도 모르게 '호오이- 호오이-' 하며 흥얼대고 있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나의 첫 브런치가 시작되었다.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던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다 2013년 말, 싱글 앨범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을 통해 솔로 뮤지션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처음 접한 안녕하신가영의 곡은 Bright #2 앨범의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였다. 담담하고 차분한 표현도, 맑은 목소리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나 마음을 사로잡은건 노랫말이었다.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

어느 날 불같은 사랑을 했고 잊을 수 없어 매일 울었고

우리는 또다시 한 번 더 남이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사랑을 해야 해서 슬펐고"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날 확률은 높다. 두 명의 연인에게 모두 깔끔한 이별이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시 두 연인이 행복하게, 오래 만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적더랬다. 나의 모든 것을 주어 사랑했던 사람, 나의 모든 것을 함께했던 사람, 그래서 결국 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떠난다. 완전히 아는, 알았던 사람은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 된다. 그 상황 속에서 연인을 붙잡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적당했던 이 사랑의 결말은 다시 흑백이다. 적당히 아는 사람으로 남아 아예 모르는 사람만 못하게 된다.


이 상황에 대해 내가 들어본 어떤 노래보다도 담담하고 정확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다시 숨비소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는 숨소리이다. 안녕하신가영은 제주 여행 중 박물관에서 '숨비소리'를 처음 접하고 그 특이한 소리에 복합적인 감정으로 이 곡을 완성했다고 한다. 안녕하신가영은 '숨비소리'에서도 특유의 담담하고 맑은 목소리로 말하듯 노래한다.


"고요한 수면 위로 내뿜던 어머니의 숨비소리는 

닿은 적 없는 뭍을 향한 아들딸의 이름이었나"


끊임없는 물질 속에서 한참이나 숨을 참고 버티다 수면 위로 올라와 가쁘게 내는 숨소리가 결국 아들딸의 이름이었다니. 노래 속의 어머니는 추운 물 속에서도 뭍에 두고 온 자식 걱정이다. 어쩌면 장시간 자리를 비운 어머니의 미안함, 부채감일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이야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때론 모성에 대해 생각하며 '모성애'가 여성에게 씌운 굴레에 대해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삐딱해지기가 참 어렵다. 내게도 쥐약같다. 눈물이 나거나 마음이 뭉클하거나, 대개 둘 중의 한 포인트에 도달한다. 대가없이 베풀은 사랑의 크기에 종종 무력감을 느낀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피아노 위, 여러 겹의 스트링 선율이 차분한 감정을 고조시키며 유려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안녕하신가영의 목소리와 노랫말이 마음까지 내려앉는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 집을 떠난 큰 딸은 조용히 엄마를 불러본다. 호오이- 호오이- 이 곳은 아무 일이 없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https://youtu.be/CBkhusMG4KE


"어김없이 해가 떠오르면
오늘도 물질이 시작된다
어제는 여름이었을 텐데
매일 매일은 겨울이어라
섬을 떠난 많은 소식들을
불턱에 둘러앉아
짐작한다 짐작한다 걱정한다
이렇게 잠깐 몸을 누일 때면
이곳은 아무 일이 없단다, 없단다
걱정하지 말아라
호오이 호오이
어떤 울부짖음 같기도
호오이 호오이
안도하는 한숨 같기도
고요한 수면 위로 내뿜던
어머니의 숨비소리는
닿은 적 없는 뭍을 향한
아들 딸의 이름이었나
-
호오이 호오이
고요한 수면 위로 내뿜던
어머니의 숨비소리는
닿은 적 없는 뭍을 향한
아들 딸의 이름이었나"


안녕하신가영 - 숨비소리 (EP '좋아하는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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