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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나 Jun 13. 2018

유럽의 도서관은 어떻게 다를까

독서경영 10호 리뷰(신경미 작가의 뷔르츠부르크 도서관 기행을 중심으로)

오랜만에 만난 독서경영은 그새 색이 많이 바뀌었다. 경영자들의 인터뷰와 기업 리뷰는 많이 빠지고, 대신 일반 독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돕기 위한 칼럼들이 많아졌다. 유럽의 도서관 기행부터 독자에게 전하는 10대 독서주의보, 고전을 항해하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해설서, 그리고 독서경영의 꽃 신간 큐레이션까지 풍부하게 구성했다. 독자들의 참여를 위한 5,6월의 독서 계획과 매일 독서를 돕기 위한 #북스타그램 코너도 잊지 않았다. 특히나 김민주 대표의 <맥베스>의 해설은 앞에 배치된 유영만 작가의 ‘고전을 읽다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구절, 그리고 안계환 대표의 글에서 말한 ‘고전은 스승을 두고 배워야 한다’는 말에 걸맞는 칼럼이었다. 짧은 작품이라서 읽고 금세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소설의 배경과 응용 영화까지 소개되어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위의 나열처럼 독서경영은 다양한 컨텐츠로 개별 독자의 취향을 고려했다. 이는 컨텐츠 구성 뿐 아니라 목차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유심히 보면 목차가 순서대로 꾸려진 것이 아니라 종류별로 분류되어있다. 독자후기가 첫 번째, 인터뷰가 두 번째, 그 이후 도서관, 매일 독서, 독서경영코칭, 칼럼, 북큐레이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행인의 칼럼 순서대로 분류되어 있다. 독자가 원하는 것이 인터뷰인지, 칼럼인지, 혹은 신간 북큐레이션인지 한 눈에 보고 취향대로 골라 읽을 수 있는 방식이다.


많은 컨텐츠 중 신경미 작가의 뷔르츠부르크 시립도서관 기행이 특히나 나의 취향이었다. 독서 인구의 성장을 위해서는 도서관의 역할이 출판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의 도서관은 어떨지 궁금했다. 특히나 독일 최고의 도서관으로 꼽히는 뷔르츠부르크 시립도서관은 어떤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지 궁금했다. 뷔르츠부르크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다양한 독서 관련 활동들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아동친화적 환경이 부러웠다. 책을 읽는 아이는 선천적이라기보다 후천적이라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진작할 걸 그랬어>의 작가 김소영도 자신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계속 도서관을 비롯, 책이 많은 곳으로 데려가주었던 부모님 덕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이 책을 읽는 곳 보다는 공부하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어린 시절부터 책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고 이를 통해 부모님과 소통할 수 있는 뷔르츠부르크의 도서관 시스템은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부모님이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에너지를 회사에서 다 쏟지 않을 수 있어야하고, 애초에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있어야 하며, 주말은 집에만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만 짠-하고 바뀐다고 될 일은 아니다.)


내 주위에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주로 책을 사서 읽는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도서관에 가지 않는다. 이런 시대에서 도서관은 사람들과 책이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나아가 하나의 문화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오지 않는 시민들을 탓하지 않고 보다 ’가고 싶은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 다양한 문화 수업과 다양한 가구를 통한 ‘읽고 싶은 환경 조성’ 등이 방법 중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 동네의 도서관은 아직 한 주에 한 번 영화를 틀어주는 정도의 문화행사를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다양한 도서관들이 이미 독립서점과 연계하거나 작가와 연계하여 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서경영에서 영감을 받은 도서관 관장님 이하 공무원 분들, 그리고 그 윗분들(?)도 더 이용자 친화적인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예산 투자)을 기울여주시면 좋겠다.


독서경영의 신간 큐레이션도 흥미로웠다. 만화, 그림책, 시집까지 두루두루 빼놓지 않고 소개하려는 열정이 느껴졌다. 혹시나 홍보를 받고 선정한 것은 아닐까, 의심 많은 독자는 출판사 목록도 체크했지만 편중 없이 고루고루 소개되어 있었다. 사서가 직접 읽고 추천하는 신간 추천도 재미있었는데, 그 중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은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는 읽고 난 뒤 왠지 모를 창업의 욕구와 자신감, 인사이트가 차오르는 책이었는데, 지면에서도 만나니 반가웠다.



독서경영은 책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잡지다. 컨텐츠의 질도 훌륭하고 주제도 다양하다. 다만 해당 권을 꿰뚫는 주제가 부재해서 조금 아쉽다. 글마다 흐름이 끊겨서 몰입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는 ‘어느 부분을 펴서 읽을지 모르는’ 잡지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잡지를 마치 편집장인양(예전부터 내가 잡지를 읽는 걸 본 아버지의 표현이었다) 정독하는 나로서는, 소심하게 불평해보자면 그렇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편은 도서관 관장님과 정책을 입안하시는 높은 분들(?)이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부디 도서관을 더 즐거운 곳으로 만들어주세요! (오늘 투표도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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