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스타플레 쿠크마케라이 Van Stapele Koekmakerij
내가 암스테르담에 가기 전 6개월을 그곳에서 살았던 과 선배가 있었다.
“언니, 나 암스테르담에 가면 뭐 해야 해? 추천해줄 것 있어?”
“초코쿠키랑 감자튀김. 초코쿠키 꼭 먹어야해. 여기 초코쿠키는 최고야.”
그때만 해도 몰랐었다. 내가 얼마나 이 초코쿠키를 사랑하게 될지, 그리고 이 초코쿠키가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위안이 되어줄지. “왜 암스테르담에 가고 싶어?”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3번째 이유 안에는 꼽힐 나의 사랑, 나의 초코쿠키 가게, Van Stapele.
처음 가게에 간 것은 엘레나와 함께였다. 조금 일찍 만나서 Cafe Bern의 저녁 타임이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때워야 했다. 나는 미리 봐둔 Van Stapele에 가자고 했다.
“여긴 초코쿠키를 파는 곳인데 무려 구글맵 평점이 4.8이나 된다고! 여기 가보자!”
나는 구글맵 평점과 리뷰를 동시에 맹신하는 사람이다. 주로 평점을 보는데, 리뷰를 봐야 하는 이유는 가끔 식당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리뷰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리뷰가 있는 집에서는 열에 아홉 인종차별을 당한다. 구글맵에서 Van Stapele는 칭찬 일색이었다. 쿠키 가게가 인종차별을 할 리도 없었고, 평점은 만점을 향해 달려갔다.
줄이 길다는 리뷰와 달리 평일 낮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내 앞 손님은 총 다섯 명. 맨 앞 만족스러운 표정의 손님 세 명을 보내고 나도 가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온 몸이 초콜릿으로 저는 착각에 휩싸였다. 살면서 맡아본 초콜릿 냄새 중에 가장 강렬했다. 초콜렛, 버터, 쿠키. 이 모든 향기가 따뜻한 온기와 함께 가게 안에 맴돌았다. 이 쿠키는 분명히 엄청나게 맛있겠구나, 직감이 왔다.
메뉴는 오직 한 종류밖에 없었다. 초콜릿 쿠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이었다. 가격은 하나에 1.95유로, 원화로 약 2500원이다. 싸지 않았다. 대신 6개 사면 예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10유로, 그럼 12,000원이다. 분명 맛있을 테니 한 세트는 같이 온 한국인 언니들과 나눠먹기 위해 사고, 당장 먹기 위해 개별 포장도 하나 샀다. 고백하자면 룸메이트 언니에게 한 개 준 것을 빼면 5개는 내가 먹었다. 점원은 세상에서 제일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쿠키를 포장해주었다. 한 개짜리는 종이 봉지에 담아서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인 금색 별 인장 스티커를 붙여주었다. 바로 나가서 먹을 건데도 이렇게 섬세하게 포장해주니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이후에도 매번, 아무리 바로 먹을 것이더라도 점원이 큼지막한 금색 스티커를 붙여줄 때까지 기다렸다.
신나는 마음으로 아직까지 따뜻한 쿠키를 받아들고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냠, 한 입 깨물었다. 살짝 탄 듯 바삭한 쿠키와 진한 초콜릿 맛이 느껴졌다. 이미 행복했다. 다시 한 입 더. 중심에 있던 화이트 밀크 초콜릿이 나왔다. 맙소사. 이건 천국이었다. 안에 있는 화이트 초콜릿은 구워진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완전히 굳지도 않은 상태였다. 겉은 살짝 굳고, 안은 여전히 녹아있는 상태. 쿠키의 기본이 되는 초콜릿은 프랑스 명품 초콜릿 브랜드 발로나(Valrhona)의 것을 사용한다. 아아, 쿠키의 맛은 지금 생각해도 황홀하다.
나는 정말 단 것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초콜릿을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나름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밀가루 맛이 나지 않는 밀크 초콜릿과 적당히 쓴 다크 초콜릿을 가장 좋아하고 화이트 초콜릿은 취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Van Stapele의 초콜릿 쿠키 앞에서 모두 침묵. 모두 엎드리고 절하기. 모두 조용히 먹고 감동받기. 이게 화이트고 밀크고 다크고 나발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이지, 암스테르담에 오는 이유 세 가지 중 하나는 이 쿠키일 것이다.
가게는 대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다. 보통은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바로 찾겠지만, 아니라면 골목 위에 삐져나온 간판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가게 안도 매우 작다. 안에 손님 세 명에서 네 명만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대신 빠르게 쿠키를 싸 주기 때문에 회전율이 좋다. 보통은 한 명의 직원이 주문을 받는데 아주 바쁠 때는 두 줄로 운영하기도 한다. 캐셔 이외에는 두세 명의 직원이 있는데, 옆에서 열심히 쿠키를 만들고 있다. 동글동글 화이트 초콜릿을 굴리고 그것을 다시 다크/밀크 초콜릿 도우로 덮는 과정이다. 옆의 오븐에서는 쿠키가 구워지고 있다. 당일 제작, 당일 판매 기준이기 때문에 오후 4시 이후에는 쿠키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쿠키에게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창업자들에게는 가장 완벽한 쿠키 레시피를 만들고자하는 열망이 있었다. 그들은 초콜릿과 설탕을 비롯한 재료들을 조금씩 바꿔보고 비율을 조절하며 수차례 테이스팅을 거듭했다. 어느 추운 2월 저녁, 그들은 이 쿠키 레시피를 시도했고, 먹자마자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초콜릿 쿠키를 만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말도 안되게 맛있는 쿠키 레시피를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몇 달 후 쿠키 가게를 열었다. 이 이야기는 쿠키가게의 공식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이야기’라는 제목과 함께 쓰여 있다. 이 기회를 빌어 쿠키 가게 사장님께 쿠키를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겠다고 결심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네덜란드에서 단군 할아버지의 말을 실천하고 계실 줄이야. 이것이야말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정신이다.
삶이 지겹고 비만 내리는 날씨가 지겨울 때,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속상할 때 내가 추천할 수 있는 답은 하나다. 이곳의 초코쿠키를 먹을 것. 우울한 순간 단순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길.
반 스타플레 쿠크마케라이
Van Stapele Koekmakerij
Heisteeg 4, 1012 WC, Amsterdam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끔 4시 이후 쿠키 매진)
+31 654 241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