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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Nov 16. 2023

용기 있는 한 걸음

김보민_도약


겁 많은 나는 늘, 자주, 용기가 필요하다. 몇 년 전, 어떤 이가 코웃음을 친 적 있다. 그런 걸 가지고 용기가 필요하다? 기가 막혀하는 그의 표정에서 나의 온 존재가 흔들렸다. 나와 그 사이에 깊고 깊은 바다가 놓여 있는 기분이었다. 당황스럽고 의아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알았다. 그에게 쉬운 한 걸음이, 나에겐 참 어려운 시도였음을. 한 걸음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 다름을. 그에겐 그의 길이 있고 나에겐 나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피부가 얇은 이들은 감정의 세기가 남다르게 깊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깊고 크게 느끼다 보면 감정이라는 큰 강물에 이리저리 치일 때가 많다. 가슴까지 차오른 강물을 헤치고 걸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내가 내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오래 기도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이었다. 아무리 기도해 봐도 안 되는 게 있다. 이제는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할 수 없는 것과 다투지 않기로 마음먹은 후, 높은 벽 앞에서 조금은 담담해졌다. 담담하게 나의 한 걸음에 온 영혼을 끌어모은다. 잘 찾아보면 분명 있다. 뱃속 어딘가 숨어 있던 용기를 길어 올린다. 누가 뭐라 해도 괜찮다. 시끄러운 오토바이는 예의 빠른 속도로 금세 지나가기 마련.  가만히 기다린다. 조용해지면 다시 시도하면 될 일!  한쪽 다리를 뻗어 힘겹게 들어 올렸는가? 시작이 반이다. 이미 절반을 통과한 셈이다. 다른 한쪽을 들어 올려보자. 주저앉았다가도 다시 애쓰고 노력하는 자에게 박수를 보내자. 진정 나답게 용기 내는 그 몸짓에 응원을 보낸다. 바닥이 안 보이잖아. 괜찮다. 떨어져도 괜찮다. 다시 숨을 고르고 손과 발을 다시 뻗으면 된다. 겁쟁이 나를 끝까지 믿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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