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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Nov 05. 2023

우울보다 2톤쯤 더 큰 거인

김나훔_우울

김나훔 <우울> 우울은 나를 삼키며 침을 흘린다



당신에게 우울이 덮쳤네요. 끈적거리는 검은 눈을 가진 유령이 찾아왔군요. 우울이라는 이름의 서슬 퍼런 유령 말이에요. 유령이 당신을 삼켰어요. 아무리 키가 크고 건장한 몸집을 가진 사람도 문제없이 삼키곤 하지요. 1톤쯤 되는 힘을 가진 모양이에요. 영혼에 들러붙어 놔주질 않는군요. 허연 침을 흘리며 먹잇감을 찾아내었으니 한동안 배고플 걱정은 없겠군요. 오른팔이 보이시나요? 당신에겐 유령도 어찌할 수 없는 오른팔이 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요. 팔 근육을 타고 흐르는 힘이 보입니다. 필사적으로 뻗어내는 오른팔에서 희망을 봅니다. 거머리 같은 이 유령에게서 당신은 빠져나올 거예요. 팔을 뻗어 버티는 당신, 당신 안에서 희망을 끌어올릴 거예요. 당신에게서 유령보다 더 큰 거인을 봅니다.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이는 3톤쯤 되는 거인이랍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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