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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Dec 29. 2023

여행은 비움 그리고 떠남

송지호_Let's go!


올해 2023년도 어김없이 끝이 다가온다.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는 법. 한 해를 마무리하는 리추얼이랄까, 마지막 주가 되면 모든 걸 비운다. 같이 사는 네 명의 가족들도 모두 함께 비운다. 각자 자기 일정을 비우고 해야 할 일을 비워낸다. 덜어낸다. 그렇게 일상을 비우고 떠난 여행, 올해는 경주다. 펑펑 내린 눈이 고요히 쌓여 있던 크리스마스 아침, 조용하고 하얀 아침을 뚫고 수서역으로 향했다. 어찌나 급정거를 하던지, 타고 가는 택시에서 출렁거렸지만, 마음만은 송지호 작가의 Let's go 풍경을 닮아 있었다. 새빨간 오픈카에 몸을 싣고 떠나는 표정을 보라. 둠칫둠칫 가벼운 몸짓. 뭐든지 좋아, 부드럽게 넘치는 너그러움. 한껏 부풀어 올라 간질간질 설레는 마음, 경쾌한 리듬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신났다. 급정거할 때마다 올라오는 불편감 사이를 비집고 둠칫둠칫 흥이 넘치는 설렘이 흘러내렸다. 하얀 세상 속 우중충한 택시를 빨간 오픈카로 만들어버렸다. 비웠으니 채워질 것이다. 새롭게 당도하는 그 곳엔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두근. 두근두근. 경주행 기차를 타니 긴장이 툭 풀린다. 일단 한 숨 자고 일어나기로. 채우기 일 번은 바로 따듯한 기차에서 한숨 돌리기. 단잠 자기. 위잉, 쾌속 기차가 내뱉는 소리를 들으며 꿈결에서 만난다. 빨간 오픈카 토끼 친구들이다. 비우자, 떠나자. 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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