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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비 Dec 31. 2023

[잘 가 2023] 뛰는 심장

앙리 마티스_이카루스

앙리 마티 <이카루스>


2023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천천히 돌아보며 그림 한 점을 뽑는다.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 나에게 올해는, 좌절이라는 잿빛 바다 위 오렌지빛 조각배에 몸을 싣고 어둠 속 노란빛 용기를 하나씩 하나씩 건져 올린 시간이었다. 돌아보니 용기와 끈기의 힘을 발휘하는 시간이었다. 툭 하고 둑이 무너지듯 건강을 잃어버렸던 시간들, 좌절 속에서 허우적댔지만 물속에 빠져 죽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용기와 끈기, 어디 멀리서 찾아내지 않았다. 바로 내 안에서 발굴했고, 기꺼이 내 삶의 자원으로 활용하며 나의 삶을 만들어갔다. 영롱한 노란빛 작은 용기를 하나하나 건져 올릴 때마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처럼 짙고 짙었던 절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침내 찬란한 초록빛 뭍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매일 걸었고, 매일 느낌과 감정, 생각을 써 내려갔다. 지금 여기, 하루를 감사하며, 숨 쉴 수 있음에,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 감사의 노래가 차곡차곡 쌓이고 쌓이니 내 안에서 빠알간 심장이 더 크고 더 힘차게 뛰었다. 쿵쿵 쿵쿵. 심장의 선율에 움직였고 춤추었다. 1년이 지난 12월 31일, 마지막 날, 내가 서 있는 바다엔 회색빛 절망이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싱그러운 파란빛 희망이 반짝반짝 여기저기서 빛난다. 그곳에서 나는 춤춘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온몸으로 리듬을 타며 춤을 춘다. 나에게 말한다. 정말 애썼어. 수고하고 애쓴 너에게 고마워. 용기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던 순간들을 기억해. 그 순간마다 너를 열렬히 응원했던 순간들도 떠올라. 용기 있는 한 걸음이 두 걸음이 되고, 두 걸음이 네 걸음이 되고, 네 걸음이 열 걸음이 되어 너다운 길을 만들어갔구나. 너의 길이 소중하고 귀하단다. 쿵쿵 쿵쿵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박동하는 너의 심장에 귀를 기울여본다. 살아 숨 쉬는 빨간 심장, 고마워. 너 덕분에 올해 나는 진정 살아 있었단다. 이제는 더 이상 너의 울림을 외면하기 않을 거야. 내년에도 같이 손 잡고 걸어가 보자. 둥둥 둥둥, 뛰는 심장으로, 나를 살리고 다른 사람을 살리는 삶을 살아볼까. 온몸으로 느끼는 전율을 가슴으로 느끼며 춤을 추며 걸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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