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물길_위로
하루 동안
모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
오늘
아침, 점심, 저녁,
쌓이고 쌓인
묵은 어떤 것을
비워내는 시간이다.
어제는
크고 밝고 환한
슈퍼문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며
끄덕이더니
오늘은
문득,
가을비가
나를 반긴다.
음쓰 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비가 온다.
분명
조금 전
우산 없이
동네 두 바퀴 산책했는데,
그 사이 비가 내리는구나.
두 걸음에 멈추고
뒤돌아
현관 앞
장우산을 폈다.
한쪽 어깨에 장우산을 받치고
저벅저벅 걸었다.
내 걸음으로
오십보 쯤 되는 거리.
무언가 귓가를 울린다.
어떤 소리다.
아,
우산에서 나는 소리였구나.
자작자작,
자박자박.
자작자작.
자작자작.
비 내리는 소리,
우산이 전해주는 소리에
나는 절로
쫑긋 귀 토끼가 된다.
자작자작
자박자박.
자박자박.
자박자박.
나지막이 내리는 빗방울들이
우산을 고요하게 두드린다.
예쁘고 앙증맞은 소리들.
귀여운 빗방울이
내 심장을 가만히 두드린다.
깜깜한
가을 드럼이
내어준
소리에
온몸이 울린다.
자작자작,
자박자박.
자작거리는
빗소리가
몹시 사랑스럽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
밤늦게 이사하느라
크레인 위 이삿짐들이
덜컹거리며
오르락내리락
애쓴다.
깊어가는 가을밤이
건네는
가을 소리.
내 마음이 고요해진다.
소리 없이 포근해진다.
명랑하게 홀가분해진다.
예기치 못한
작은
기쁨을
매달고
오십보
걸음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