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하늘 / 구름 / 눈을 감으면 / 봄 냄새 / 보슬비
하늘
감나무에도
하늘이 걸려있고
버드나무 사이에도
하늘이 쉬고 있다.
아! 하늘을
끝까지 올라 가
마음껏 한 움큼
쥐고 싶다.
구름
구름 바보,
메롱 메롱
하루 종일 찾아도
집도 못 찾나?
구름은 심술이,
동무를 만나도
인사를 않나?
눈을 감으면
나는
볼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눈 뜨곤
볼 수 없는 것.
새싹들의
움트는 모습
전학 간
친구 얼굴
그중에서
가장 뚜렷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
그것은
나 잘 돼라
애쓰시는
어머니 마음.
봄 냄새
촉촉이 이슬에 적셔
푸른 하늘을
더욱 밝혀주는
푸르른
잎 냄새
가슴에 와닿고,
고향의 품처럼
마음의
냄새를 풍기네.
산 중턱의
심마니
땀냄새를 적시듯.
보슬비
꾀꼬리 같은
우리들 웃음소리
하늘로 퍼져 올라가,
금실 은실 되어
보슬보슬 소리 없이...
우리들
맑은 노랫소리
하늘까지 번져 올라가
비단 실오라기 되어
솔솔 소리도 없이...
1986년.
아시안게임이 열렸고,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나라 전체가
막연한 기대와 분주함 속에 있던 해였다.
무엇이 달라질지는 몰랐지만,
무언가 크게 바뀌고 있다는 공기만은 느껴지던 시절.
그해, 나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오래된 메모 더미 속에서 이 시들을 다시 만났다.
노트 모서리에 남아 있던 연필 자국,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문장들.
그 시절의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지하게 무언가를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다섯 편 모두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나로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편은 여전히 가볍게 읽히고,
이상하게 마음이 덜 아프다.
아마 그때의 나는
생각을 꼬아두지 않았고,
감정을 숨길 줄도 몰랐던 것 같다.
하늘은 그냥 하늘이었고,
구름은 놀림의 대상이었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
증명하지 않아도 믿어지던 마음.
지금은 너무 많은 말을 덧붙이고,
너무 많은 이유를 찾아 헤맨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느낀 만큼만 적어 내려갔을 뿐인데
그게 오히려 더 진짜였다.
"童詩"
어린이들의 심리를 바탕으로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 일반적으로 어린이가 쓴 시를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는 어른이 쓴 것만을 가리킨다.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소박한 감정을 담아야 한다. 성인 시와 다른 점은 '어린이답다'는 점이다. 동시의 모태는 동요로서, 동요의 정형률에서 벗어난 내재율과 산문율이 있는 시에서 비롯되었다.
출처. 다음 백과
‘동시’라고 부르기엔 여전히 애매하다.
어른이 쓴 시도 아니고,
완전히 어린이의 언어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어른 흉내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때의 나는 아직 세상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아이였다는 사실이다.
하늘과 구름,
눈을 감으면 떠오르던 얼굴들,
봄의 냄새와
보슬비가 스며들던 오후.
그 감성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도 가끔은
생각보다 감정을 먼저 꺼내어
조금 덜 똑똑하게,
조금 더 솔직하게
글을 쓰고 싶다.
그 시절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