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5. 유명한 것은 한 번은 따라 하고 싶기도 하다

시 - '진달래'

by 만랩타임

진달래



저 머언 산

바위벽

울긋 불긋

돋아난

어여쁜 진달래


맑은

이슬에 적시고


이슬로 영글어

아름답게 피어난

진달래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중학교 국어 시간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배웠다.


서정시, 운율, 수미상관.

이별의 슬픔을 반어적 표현으로 견뎌낸 시라고 배웠다.

그때의 나는 그 설명들을 이해했다기보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쪽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시는

교과서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학 시절,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길에

‘원숭이 동산’이라 불리던 언덕이 있었는데

봄이면 바위틈마다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진달래였던 것 같다.

아니, 진달래이기를 지금도 조용히 바란다.


그 시는 또 응원가가 되어

운동장과 술자리와 밤공기 속을 떠돌았다.

원시림, 아파트, 해야 같은 노래들 사이에서

유독 이 가사는 낯설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뜻도 모른 채 외웠던 문장들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런 시를 스무 살 언저리에 썼다니,

김소월은 정말 천재였을 것이다.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쳤고

그 짧은 시간에 남긴 문장들이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

오래된 메모 더미 속에서 내 시 한 편을 찾았다.

원고지에 또박또박 적혀 있었고

중학교 1학년, 반과 번호까지 남아 있었다.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종이는 의외로 잘 버텨 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날의 나는

무언가를 잘 써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창밖으로 보이던 북한산의 진달래가

그저 너무 예뻤던 게 전부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의 내가 남긴 몇 줄을 다시 만난 일은

묘하게 반가웠다.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고맙고.


아마 그때 이미

김소월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꽃’ 자를 떼어내고

그냥 ‘진달래’라고 붙여 놓은 걸 보면,

유명한 것은 한 번쯤

따라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중학생이었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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