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진달래'
진달래
저 머언 산
바위벽
울긋 불긋
돋아난
어여쁜 진달래
맑은
이슬에 적시고
이슬로 영글어
아름답게 피어난
진달래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중학교 국어 시간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배웠다.
서정시, 운율, 수미상관.
이별의 슬픔을 반어적 표현으로 견뎌낸 시라고 배웠다.
그때의 나는 그 설명들을 이해했다기보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쪽에 가까웠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그 시는
교과서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대학 시절,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길에
‘원숭이 동산’이라 불리던 언덕이 있었는데
봄이면 바위틈마다 붉은 꽃이 피어 있었다.
진달래였던 것 같다.
아니, 진달래이기를 지금도 조용히 바란다.
그 시는 또 응원가가 되어
운동장과 술자리와 밤공기 속을 떠돌았다.
원시림, 아파트, 해야 같은 노래들 사이에서
유독 이 가사는 낯설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뜻도 모른 채 외웠던 문장들이
몸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런 시를 스무 살 언저리에 썼다니,
김소월은 정말 천재였을 것이다.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생을 마쳤고
그 짧은 시간에 남긴 문장들이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얼마 전,
오래된 메모 더미 속에서 내 시 한 편을 찾았다.
원고지에 또박또박 적혀 있었고
중학교 1학년, 반과 번호까지 남아 있었다.
4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종이는 의외로 잘 버텨 주고 있었다.
아마도 그날의 나는
무언가를 잘 써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창밖으로 보이던 북한산의 진달래가
그저 너무 예뻤던 게 전부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의 내가 남긴 몇 줄을 다시 만난 일은
묘하게 반가웠다.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고맙고.
아마 그때 이미
김소월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에서 ‘꽃’ 자를 떼어내고
그냥 ‘진달래’라고 붙여 놓은 걸 보면,
유명한 것은 한 번쯤
따라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중학생이었으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