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소장 3. "영도력의 비밀? 글쎄..."

일하기 전에 잘 먹이자

by 만랩타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는

볼 때마다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


순박한 마을 이장에게
북한 장교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영도력의 비밀이 뭐요?”


질문은 거창한데,
상대는 전혀 거창하지 않다.
이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마치 밭일 이야기하듯 말한다.


“배고프면 아무것도 못 혀. 먹여야 혀.”


처음엔 웃고 넘겼다.
그런데 영업소장,
그러니까 점포관리자(요즘 말로는 지점장)를 하면서
이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아, 이게 리더십일 수도 있겠구나.

아니,

리더십의 시작일 수도 있겠구나.




보험 영업 조직에서
리더십 이야기를 꺼내면
늘 비슷한 단어들이 따라온다.


비전.
목표.
동기부여.
성과관리.
코칭.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교육을 통해
수없이 듣고, 또 말해 왔다.


하지만 현장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이 지쳐 있을 때,
마음이 바싹 말라 있을 때,
아무리 그럴듯한 말도
그냥 공중에 흩어졌다.


그때 알았다.
사람은 배고프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여기서 말하는 배고픔은
단순히 점심을 못 먹어서 나는 허기가 아니다.

애썼는데 아무도 몰라주는 배고픔

오늘도 혼자 버티는 것 같은 배고픔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배고픔

이 배고픔 앞에서는
어떤 전략도,
어떤 리더십 이론도
쉽게 힘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데서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회의에서
실적표를 먼저 띄우는 대신
커피부터 내밀었다.


실적이 안 나온 이유를 묻기 전에
“요즘 어때요?”라고 물었다.


어떤 날은
그냥 밥을 같이 먹는 걸로
그날의 ‘관리’를 대신했다.


신기한 건,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이다.


말수가 늘고,
웃음이 생기고,
그리고 어느 순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래도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리더는 앞에서 끌어야 한다고들 한다.
혹은 뒤에서 밀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옆에서 같이 씹어주는 게 먼저였다.


삼키기 힘든 하루를
혼자 넘기게 두지 않는 것.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게 없으면
아무도 오래 걷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
“영도력의 비밀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이 말만은 확실히 할 수 있다.


일 시키기 전에, 사람부터 먹여야 한다.
배부터,

마음부터.


영도력의 비밀?
글쎄…


어쩌면
생각보다 아주 소박한 데
있을지도 모른다.




영도력의 비밀을 묻던 그 장면처럼,

지금 나에게도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다른 게 아니라

“배고프진 않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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