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 엑셀과 워드를 잘한다는

자격증과 실무는 다르더라

by 만랩타임

채용을 위해 서류 전형을 하고 면접을 진행하면서,

실무자들이 옆에서 던지는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엑셀 하고 워드를 수준 ‘상’이라고 적었는데,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거죠?”


틀린 질문은 아니다.

실무를 맡겨야 하니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간다.


다만, 그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을 것 같다.

‘상’이라는 말이 이렇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어였나 싶었을 테니까.


요즘은 학교에서부터 오피스 프로그램을 자주 다룬다.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는

이제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 소양에 가깝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분명 존재한다.

자격증도 있고, 메뉴도 잘 아는데

막상 일을 맡기면 결과물이 아쉽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오피스 프로그램은 실력이 아니라 ‘도구’다


회사에서 “엑셀 잘한다”는 말의 진짜 뜻은

엑셀을 많이 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함수를 줄줄 외운다는 뜻도 아니다.


항상 기준은 결과물이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표가 나와야 하는지,

이 자료를 보는 사람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그 그림이 먼저 그려지지 않으면

엑셀은 곧 미로가 된다.


엑셀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엑셀을 못 다뤄서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모른 채

엑셀부터 켜기 때문이다.


도구는 생각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정리된 생각만을 빠르게 구현해 줄 뿐이다.




엑셀 함수, 많이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면접에서 종종 이런 대답을 듣는다.


“VLOOKUP이랑 IF는 할 수 있고요,

피벗도 조금 해봤습니다.”


충분히 성실한 대답이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 이 숫자를 왜 정리해야 하나요?

● 이 표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길 원하는가요?

● 설명 없이도 이해되는 표인가요?


엑셀을 잘하는 사람은

어려운 함수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기본 함수로 일을 끝내는 사람이다.


SUM, IF, COUNT 몇 개만으로도

보고용 자료를 깔끔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복잡한 함수를 써놓고도

“이게 무슨 의미죠?”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엑셀은 계산 실력을 보여주는 도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다.

그래서 함수의 개수보다

사용 목적이 훨씬 중요하다.




문서는 엑셀이 아니라 워드가 답이다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었다.


회사에 가면 종종 만난다.

엑셀로 만든 보고서,

셀을 늘리고 줄이고 맞춰가며 만든 문서들.


대부분 이유는 같다.


“이전 담당자가 이렇게 써서요.”

“기존 파일을 그냥 수정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해는 된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 고치는 게 빨라 보이니까.


하지만 경험상,

보고서와 문서는 워드로 작성하는 게 훨씬 낫다.


● 문단 구조를 잡기 쉽고

● 수정 이력이 남고

● 형식이 흔들리지 않으며

● 무엇보다 읽는 사람 기준으로 정리하기 좋다


엑셀은 표와 숫자에 강하고,

워드는 문장과 흐름에 강하다.

역할이 분명한데

우리는 종종 그 경계를 흐린다.


엑셀로 문서를 만들면

한 줄 수정에 서식이 깨지고,

줄 하나 추가했을 뿐인데 전체가 흔들린다.

그 스트레스와 시간은 생각보다 크다.




도구를 바꾸면 일이 쉬워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도구를 목적에 맞게 쓴다.


● 숫자를 설명할 때는 엑셀

● 구조를 설명할 때는 워드

● 설득이 필요할 때는 파워포인트


이렇게 구분해서 쓰기 시작하면

일의 속도도, 결과물의 완성도도 달라진다.


‘엑셀을 잘한다’는 말을

‘엑셀로 뭐든 다 한다’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반대다.


엑셀로 할 일과

엑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실무 능력이다.




자격증보다 중요한 질문 하나


자격증이 쓸모없다는 말은 아니다.

기본기를 쌓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다만 회사에서

“엑셀 잘하세요?”라는 질문의 속뜻은

이것에 가깝다.


● 이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될까

● 결과물을 보고 바로 판단할 수 있을까

● 내 시간을 덜 쓰게 해 줄까


엑셀과 워드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오늘도 이력서 속

‘엑셀 상’이라는 말을 보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 칸이

조금 다른 말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결과물을 먼저 그리고,

그에 맞게 엑셀과 워드를 씁니다.”


지금 당신의 엑셀 파일은

숫자를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오늘 작성할 문서는,

정말 엑셀이어야만 할까.


엑셀을 열기 전에,

워드를 켜기 전에,

먼저 결과를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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