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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래 Mar 26. 2021

언젠가 양곤의 아침을 본 적이 있다.

[단 한 번의 순간] 미얀마 양곤




언젠가 양곤의 아침을 본 적이 있다. 껄로에서 밤버스에 올라 양곤 시내에 막 도착했을 때는 동이 트기 직전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는 2km가 채 되지 않았고, 양곤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걸어가기로 했다.


내가 보았던 양곤의 아침은 분주했지만 요란하지는 않았다. 어린 비구니의 탁발 행렬이 양곤 시내를 가로지르고, 출근과 등교를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게 오가며, 조용하고 부드럽게, 시끄럽지 않지만 활기차게, 도시의 구석구석이 잠에서 깨어나 활력을 찾았다. 


가지런하고 무례하지 않았던 양곤의 아침은 미얀마인들의 너그럽고 밝은 성품을 꼭 닮아있었다. 길거리를 홀로 걸어도 불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 않던 곳. 여행객들을 대상으로한 상행위마저도 온화해서 스리슬쩍 넘어가주고 싶던 곳. 부끄러움 많고 따듯했던 얼굴들을 기억한다. 그때까지 나는 그런 나라에 가본 적이 없었다.



@미얀마,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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