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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Oct 30. 2020

애매한 사람의 사회에 관여하기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아무말 대잔치_우리 동네 버스 이야기

'난 버스 안탄지 한참 됐는데...'

나는 버스타기 좋은 안동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버스를 타고 다녔던 날이 타지 않았던 날보다 몇 배나 많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에게 버스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었다. 꼬꼬마 시절부터 등하교의 수단이었고 주말이면 시골 할아버지댁에 오가는 수단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버스가 없었다면 학교 다니기가 무척 곤란했을 것 같다. 어른이 되고 나서 버스는 지역 답사를 다니며 공부해야하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될 수단이었다. 비록 내가 필요한 때마다 이용할 수는 없어도 넓은 안동, 골골이 자리 잡은 마을에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이때 안동에 배차시간이 무려 12시간에 이르는 마을도 있고, 멈추지 않고 한 시간을 달려도 안동 안에 있는 오지 마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나에게 유용한 버스였지만 마냥 고마울 수는 없었다. 때로는 달리던 버스가 멈춰버려 어른들이 버스를 밀어야 하는 일도 있었고 이유없이 불친절한 기사님의 모습을 보며 불편한 적도 많다. 어르신들이 많은 안동이지만 어르신들에게 맞는 시설과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고, 이는 유아를 데리고 버스를 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급정거, 급출발은 기본이라 버스를 탈 때마다 긴장하기 일수기 때문이다. 버스가 자가용이 없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아쉽다. 


우리 동네 버스에 대한 상대적인 생각은 대학 졸업 직후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에서 생활하면서 갖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현지에서 일하고 살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했던 경험이 있다. 그곳의 버스는 대부분 저상 버스였고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이용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버스 기사들이 그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경험했던 급정거, 급출발, 과속 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바로 배차시간과 노선의 불편함이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라도 배차시간이 기본 30분에다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정류장이 있기도 해서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버스 요금 또한 한국의 택시비 정도로 비싸기도 했다. 비교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다고 이야기 되는 북미였지만 불편한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구나 싶었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토론회를 통해 두 나라의 버스 이용을 자연스레 비교할 수 있었다.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는 나는 버스가 내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말 대잔치에 참여하면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 당장은 자가용이 있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버스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아이들이 자라면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언젠가 내 아이들이 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구든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다 보면 어느 덧 사회에 무심해진다. 나 또한 그랬다. 내 삶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남의 이야기라 여겼다. 하지만 조금만 주변을 살피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전혀 상관 없던 일들이 내 삶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금새 알게 된다. 나와 내 가족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안동청년네트워크, 아무말 대잔치가 내 삶에 선한 계기가 될 것 같다. 아무 말이나 한다지만 아무 말이 아니다. 나와 우리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게 해주는 힘이 있는 아무 말이다. 아무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좀 더 아무 말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애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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