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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Oct 23. 2020

카페로 출근하는 이유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서도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청소를 말끔하게 끝낸 집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매일 뒹굴어야 하는 한 없이 편한 공간을 살짝 벗어나고 싶었다. 다만 그것뿐이었다. 학생에게 집 놔두고 왜 독서실 가서 공부하느냐고 물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느긋하기가 한정 없는 첫째에게 밥 먹어라, 이 닦아라, 옷 입어라 잔소리를 하고 그 사이 알아서 자기 할 일 하는 둘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정신없는 아침 시간을 채워 나간다. 그 틈 바구니에 나도 외출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아침밥을 먹는 사이, 이부자리를 정돈하고 빠르게 씻는다. 아이들이 씻고 옷 입는 사이에 서둘러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등원 차량이 오는 시간에 울리는 알람이 우리를 재촉하면 그만하면 충분한 공간을 나선다.


현관에 나서서 제법 내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제법 차가워졌다는 걸 느낀다. 의외로 상쾌한 순간이다. 아이들을 등원 차량에 태우고 가볍게 손을 흔들어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나눈다. 가벼운 걸음으로 차를 몰고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향한다.


얼마 전부터 나는 카페로 출근한다. 내가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전 일찍 오픈하는 곳이어야 하고 그럭저럭 맛있는 커피와 배고픔을 사그러트려줄 요깃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아 신문을 읽는다. 재테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경제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초반에는 내가 몰랐던 정보들을 흡수하느라 참 재미있게 읽었던 신문이다. 그런데 몇 달을 읽었더니 꽤나 편향된 칼럼들과 정보들, 편집 스타일에 고루함을 느끼고 이달까지만 구독하기로 했다. 다음 달에는 다른 신문을 구독할 참이다.


몇 장 신문을 읽다 보면 내가 주문한 커피와 샌드위치가 나온다. 아주 좋은 조합이다. 나는 이곳의 카페라테와 브리오슈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신문을 읽는다. 중간중간 휴대폰으로 그 날의 시장을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내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쓴다. 무슨 글을 쓸지는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대학원 시절부터 이어져오는 고질적인 습관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돈하고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순서겠지만 나는 그것을 끝에 닥쳐서 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왜 리포트는 수업이 있는 날 새벽에 써지는 것일까. 참 알 수 없다.


그렇게 나는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열심히 쓰는 척을 한다. 오늘은 바로 지금의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왜 카페로 가는 것일까. 이미 이야기했듯, 일상적인 공간을 탈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카페는 시장처럼 삶의 활기가 느껴진다. 커피를 찾아오는 사람들, 그 커피를 정성껏 내리는 바리스타들,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경쾌하게 잔이 부딪히는 소리, 위이잉 원두를 갈고 치이익 스팀을 내는 소리. 어쩌면 소음처럼 보이는 소리들이 나를 깨우는 것만 같다.


오늘처럼 지금까지 이곳을 드나들면서 이 자리는 처음 앉아본다. 바리스타들이 주문받은 메뉴를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이 활기차고 즐겁다. 이곳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일하는 분들의 표정이 밝고 활기가 느껴져 내 기분 또한 좋아진다. 다른 사람들도 그 활기를 찾아 이곳을 찾는 건 아닐까. 익숙하듯 익숙하지 않은 이 공간과 분위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꽤나 즐겁다.


늘 글을 쓰고 싶다는 말만 하고 정작 쓰지 않았던 스스로를 격려하고도 싶고 긴장하도록 자극을 주고도 싶다. 그래서 이렇게 굳이 나와서 글을 쓴다. 이 일을 며칠 해보니 아직은 할만해서 기분이 좋다. 또 어떤 계기가 돌부리가 되어 나를 주춤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말이다. 별 일이 없다면 계속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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