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모 교수님으로부터 처음 추천받은 것은 2013년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같은 교수님으로부터 또 한 번, 그리고 모 박사님으로부터 또 한 번, 도합 세 번을 추천받고서야 마침내 읽은 책이다.
이 책은 마케팅, 상품기획, 제품 및 서비스 등 산업디자인에 종사하거나,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필요할 것이다. 혹은 삶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거나, 인간 행동의 동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한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저자 얀 칩체이스의 TED 영상(http://youtu.be/if6 ZyqIthHA) 일관을 권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오랄비 아동용 칫솔 개발의 일화를 소개한다. 손이 작은 아이들의 칫솔은 작고 가늘어야 할까 크고 굵어야 할까? 아니,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양치질을 하는 아동을 실제로 본 일이 있는가?
출처 : 필립스
아동용 칫솔을 디자인해 달라는 오랄비의 의뢰를 받은 아이데오는 양치질하는 아동을 관찰한 결과 아이들이 성인과 같이 손가락을 섬세하게 사용할 수 없으므로 주먹을 쥐듯이 칫솔을 잡고 성기게 양치질을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오랄비는 뚱뚱하고 굵은 아동용 칫솔을 시장에 내놓았고 그 시장 점유율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마트에 가서 직접 아동용 칫솔 코너를 가 본다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지적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디폴트 설정이자 여기서 비롯되는 오만과 편견이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의 통찰력과 창의력을 과신한 나머지 설루션을 먼저 제시한 뒤 여기에 시장과 소비자의 수요를 끼워 맞추는 짓을 하곤 한다. (이 사례 역시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이를테면 과거 소니는 온갖 가전제품의 통합 컨트롤이 가능한 만능 멀티 통합 리모컨을 출시한 바 있다. 소니로서는 이를 구현할 기술이 있었고, 그 기술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로 모든 가전제품을 통제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집에서 tv를 보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리모컨을 누를 때 티브이 화면에서 눈을 떼는 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티브이를 보는 우리의 손에 수십 개의 버튼과 디스플레이가 달린 노래방 리모컨 크기의 리모컨이 들려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좋은 걸 왜 안 쓰지?'와 같은 디폴트에 갇힌 제품과 서비스는 얄팍한 상술이 되고 만다.
장자 외편에서 장자는 도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기와나 벽돌에도, 강아지풀이나 논에 자라는 피에도, 심지어 똥오줌에도 있다는 답변을 한다. 이 책에 따르면 무릇 혁신이라는 것도, 특히 현실적인 혁신이라는 것이 바로 일상 속에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일상 속에서 혁신에 이르는 꽤 유용한 방법론과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관찰과 분석을 바탕으로 한 설루션 개발 능력은 다소 별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무심했던 plain sight를 질문으로 가득 채워 보는 것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임은 분명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