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기에도 좁은 2인 1실 기숙사는 책을 꽂아 두기에도 책장이 작고 옷을 걸어 두기에도 옷장이 작고 신발을 넣어 두기에도 신발장이 작고 입 다실 거리를 넣어 두기에도 냉장고가 작다.
그런 까닭에 많은 책과 옷과 신발이 본가를 오락가락하는데(입 다실 거리야 금세 비워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을 꽤 오래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 박철 시인의 '작은 산'이라는 시집이다.
류시화 시인처럼 가슴을 땅 하고 때리는 감정적 한 방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김정환 시인처럼 격정이 번뜩이는 시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시집의 제목인 '작은 산'이 참 좋은 제목이다 싶은 게 '산'하면 분명 크고 장엄한 것인데 앞에 '작은'이 붙어 버려서 나오는 묘하게 안쓰럽고 안타까운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다. 박철 시인의 시도 꼭 그렇다.
특히 주변부로 향하는 담담하면서도 뭔가 하나가 꼭 처연한 시선이 있다. 이를테면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시인 '정말'에서는 미래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 중에서도 그립고 마음이 아픈 '노숙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천 년 후 열어 볼 타임캡슐을 제작했다 다양한 목소리가 미래를 향해 던져졌다 그중에서도 노숙자 맥 그레인이 던진 한마디는 이거였다 얘들아, 너희도 사랑을 하니 너희도 누군가가 그립고 마음이 아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