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 경계는 누가 만드는가?
나는 우리 사회의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남자 역할이 더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훨씬 인위적이다. 남자 역할에는 능력과 인정 욕구가 주입되어있다. 거의 강압에 가까웠다. 반면 여자들은 그런 내적인 강압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여자의 삶이 더 의미 있고 여유로워 보였다. 여자의 세계는 생기 넘치는 신비한 천국 같았다.
오래전부터 여자들은 원래 남자들만의 영역이었던 곳으로 들어가 보란 듯이 살고, 바지를 입고, 심지어 회사 임직원의 여성할당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남자들은 내면의 여성성을 거의 잃어버리고 산다.
모든 남자들의 내면에는 여성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학문적으로 증명되었다 ... 물론 덜 극적인 방법으로 나의 여성성을 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자로 사는 것이 어떤지, 그리고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 명상하듯 호흡에 맞춰 걸으며 여성성을 더 많이 느낀다고 세뇌시키는 방법은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크리스티안은 열린 사람이라기보다는 열린 사람인 척했던 것이다. 반면 크리스티아네는 마음의 문을 열고 그동안 노크소리를 듣고도 밖에 그냥 세워두었던 경험들을 들어오게 한다.
내 안에 자리 잡은 학습된 남성성은 남자들이 자축하는 우월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 남성성에는 어떤 불가침성이 내포되어있다 ... 소위 강한 남자! 사나이의 맹세와 끈기! 모든 걸 손에 쥐고 이루고 모든 걸 해결하고 언제나 이겨야 한다. 이것은 내게 오만을 넘어 사이비 종교의 광신처럼 느껴졌다 ... 이것은 같은 패거리 안에서만 인정받는 소위 '자폐 집단'이 되었다.
남자들의 똑같은 복장에서 벌써 그들의 내적 삶이 반영된다 ... 이때 강조되는 것은 언제나 하나다. 능력! 군대와 교도소에 뿌리를 둔 남성 복장이 참 많다 ... 반면 어떤 남자가 능력을 연상시키지 않는 화려한 옷을 입으면 그는 금세 존중을 잃게 될 것이다.
체험을 하면서 든 생각인데, 우리가 그렇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모든 게 고정관념이라는 거대한 쓰나미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