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여성 테러 범죄 사건과 무기징역의 한계
1일 오후 2시, 광주고등법원에서 피고인 박대성이 재기한 항소가 기각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선고한 무기징역과 20년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유지했다.
박대성은 지난 2024년 9월 26일경 오전 0시 43분경, 자신의 식당 앞 도로를 걸어가던 학생이었던 피해자 A 씨를 800미터가량 따라가 흉기로 살해하고, 흉기를 소지한 채 1시간여 동안 인근 술집과 노래방을 방문했다. 피고 측은 인근 술집과 노래방을 방문한 사실과 관련해 '살인할 고의는 없었다'며 '살인예비 혐의'를 부인하였지만, 노래방 직원에게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어'라고 발언한 점, 현장 CCTV에 바지춤에 있던 칼을 상의로 덮어 숨기거나 고정시킨 장면이 녹화된 점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물리쳤다.
지난 1월 9일 박대성이 받은 1심 무기징역 선고를 두고 여성계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해당 재판부가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 무기징역 형을 내렸으며, 피고인이 취약한 범행 대상인 '여성' 청소년과 '여성' 업주들만 골라 살인을 시도하려던 사실을 판결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사형이 확정된 사건들은 이 사건 범행과 다르게 다수의 인명 피해를 입혔고, 계획적이었으며 강간 등 중대범죄가 결합된 사건이다", "사형은 97년 12월 이후 사형선고가 집행되지 않았다"라고 언급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 무기징역 가석방과 관련하여 2심 재판부는 "가석방 요건에 대해 엄격히 심사하고 제한하는 방법으로 자유를 박탈하고 사회와 영구히 격리시켜 무기징역의 목적과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하였다.
(위 자료에 따르면 무기징역의 경우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가석방 허가자 수가 두 자리 수로 유지되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발간한 '2024 교정 통계 연보'에 따르면 수형자가 교정 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한 때, 무기형은 20년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 '성인수 가석방 허가자 형기별 현황'을 살펴보면 무기징역의 경우 2017년에 11명을 시작으로 2018년 40명이 가석방 허가자로 선정된 바 있으며,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무기징역의 가석방과 관련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2021년 12월 10일, 서울 잠실에서 성폭행 혐의로 신고했다는 것에 앙심을 품고 21세 여성을 살해한 '이석준 사건'을 다룬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 유가족은 "이석준의 보복이 두렵고, 아이들이 세상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엄벌에 처했으면 한다"라고 심정을 밝혔고, 피해자 측 변호사 또한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피고인의 가석방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이 2023년도에 언급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은 기본권 침해 소지, 교화 가능성 차단 등을 이유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반대했으며 대법원에서도 "종신형 도입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지 못하고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하지만 강남역 살인사건부터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박대성 사건까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이 아닌 실질적으로 종신형에 가까운 사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피고인 박대성의 선고 재판이 있기까지, 여성계에서 꾸준히 박대성 사건을 '여성테러범죄'로 명시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심부터 2심까지 박대성 사건 재판 모니터링을 지속해 온 '비호: 비혼호남여성모임'측은 SNS에 '박대성 엄벌탄원서 연대 서명 모집' 카드뉴스를 게시하면서 '박대성의 범죄가 여성혐오를 기반으로 한 여성테러범죄임이 판결문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4월 3일 재판 이후, 비호와 광주전남여성연합 8개 단체는 '광주 여성 공동대응'을 조직하고 사형선고 촉구와 여성테러범죄 명명을 위한 활동을 개진하였다. 10일 동안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여성혐오 살해범 박대성은 법정최고형으로 영구 격리해야 한다', '여성을 더 이상 여성혐오범죄로 죽지 않게 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피켓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였다.
최근 미아동 한 마트에서도 가해자와 일면식 없는 여성이 살해당하면서 여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에 '여성혐오폭력 규탄 공동행동'에서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오는 17일 토요일 오후 3시, 미아역 인근에서 '미아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규탄시위: 여자라서 죽었다. 여성 테러 방치하는 경찰도 공범이다' 시위를 진행하겠다 예고하였다. '비호: 비혼호남여성모임' 또한 'X(구 트위터)'를 통해 미아역 시위 참여를 위한 '광주광역시 출발 시위 전세버스 인원모집'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