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이 버려 저가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저 현재에만 집중하는 삶. 나는 내 시야를 극도로 좁게 만들어 나의 과거와 미래를 보지 못하게 막아버리고, 지금이면, 지금 이 기분이라면 그래도 삶은 살만해 라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방언을 읊조렸다.
미래와 과거의 나는 없다. 나는 그저 눈 뜨고 일어나면 새로운 서바이벌 게임에서 눈을 뜬 게임 캐릭터였다. 오늘의 미션은 카드빚 갚기와 일자리 찾기, 새로운 글 연재하기 각각 스테이지마다 퀘스트가 달랐다. 하지만 새롭게 눈을 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카드 빚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과 무한한 게으름뿐이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한숨을 쉬고 억지로 이 게임에 참가한다. 과거의 내가 남겨놓은 산더미 같은 빚 쌓여있는 일. 나의 업보를 이고 지고 오늘도 힘없이 살아가기 시작한다.
나는 원래 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나도 정의로운 사회운동가가 되기를 꿈꿨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올곧은 신념을 전달하여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는 것이 나의 이때까지 삶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내가 맞닥뜨린 나의 한계에 찢겨버린 원동력은 이제 겨우 힘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렇게 힘이 없어진 나는 그저 가벼이 세상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는 무언가가 된 존재이다.
오늘도 그저 내 할 일을 한다. 책 속 다른 세상에 도피하고, 낮잠을 자며 꿈속으로 도망치고, 그래도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되고 싶다며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배추를 썰고 양파를 썬다. 그러다 갑자기 핸드폰에 있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본다. 전혀 연결성이 없는, 그저 지금 뇌가 나를 이끄는 대로 아무 맥락 없이 행동한다. 그러다 보게 된 하나의 구인구직 광고.
논술 교사 구인공고였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을 구한다는 공고였다.
그것을 보는 나는 갑자기 마음이 시큰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좁혀졌던 시야를 넓혔다. 다시 과거의 나, 미래의 내가 보였다. 둥둥 떠다니는 무언가가 된 존재의 나는 힘을 얻어 다시 두 발을 딛고 서는 인간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파묻혀 살고 싶다. 적어도 내가 잘하는 일, 내가 나 자신에게 유일하게 믿고 맡기는 글쓰기라는 일. 그것을 나는 쭉 이어가고 싶다.
지금보다 미래의 나를 보며 살고 싶다.
지금은 이별이 힘들고 재미를 버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왕 오래 살 나라면 더욱 앞에 있는 희망을 바라보고 살고 싶다.
나는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7개월 전 내가 썼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