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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21. 2024

거친 숨과 쿵쾅거리는 심장이 맞닿던 순간

제4회 단비 체육대회 후기

5월 18일 대전에 위치한 풋볼 경기장. 시간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참 햇볕이 내리쬔 오후였던 건 기억난다. 햇볕이 운동장과 그 운동장에 뛰는 사람들의 몸을 한참 달궜던 때였다. 익숙한 사람, 낯선 사람들이 온데 섞인 팀 안에서 우리는 앞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더 붙어! 더!"

서로 몸이 바짝 붙어서 햇볕 맞은 앞사람의 온기가 그대로 나에게, 너에게 전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고 하니, 바로 체육대회의 메인 경기인 '킥런볼' 공격 팀을 맡은 상황이었다.

공격팀은 최대한 짧게 줄 선 형태에서 한 명씩 홈으로 나와 공을 있는 힘껏 차야 한다. 그 뒤에는 정신없이 딱 붙어 줄 서있는 우리 팀 주위를 세 바퀴를 돌고(이때 꼭!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돌아야 한다) 지정된 베이스를 밟아야 득점할 수 있다. 모두 땀에 절어있고 숨을 헐떡인 채 꼭 붙어있는 상황에서, 나는 앞뒤에 있는 사람의 귀는 안중에도 없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환호하고, 괜찮다고 위로했다.

그리고 이 순간에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생각.

'내가 언제 이렇게 최선을 다해 여성들과 운동경기를 해봤더라...?'


운동경기가 한참이던 때 떠올랐던 생각을 지금 마무리 지어본다.


없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쭉. 없었다.



전국 각지의 비혼 여성들이 한데 모여 경기장에서 뛰고 굴렀다.

각자 팀을 위해서 발이 빠져라 뛰었고, 있는 힘껏 공을 찼다.

모두 목이 터져라 같은 팀을 응원했고, 상대팀을 견제했으며, 마지막에는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줬다.

그 모든 순간순간들이 무척이나 새롭고 짜릿했던 경험이었다.

심장 터져라 달리면서

나는 왜 학생 때 땀 흘리는 걸 싫어했는지

무릎 높이까지 펄쩍펄쩍 뛰면서

나는 왜 체육시간 때 구령대 옆 구석 계단에만 앉아있었는지

몹시 후회하고 아쉬워했다.


길드원이 모두 힘을 합쳐 체육활동을 하고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무기력과 우울의 괴물을 물리쳤다'

라는 문구를 들었을 때

이게 바로 스포츠의 즐거움과 힘이라는 걸 깨달았다.

단비마을을 구한 용사가 되었던 체육대회

이 글을 읽는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

얼마나 이런 가슴 뛰는 스포츠를 즐겨보았는가.


비혼 여성들을 위한 체육대회 '단비 체육대회'는 올해로 4년을 맞이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성들에게 스포츠와 땀 흘리는 운동의 즐거움을 꾸준히 알려주는

단비 분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저 찝찝했던 내 땀이

단비처럼 달갑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단비 분들의 끊임없는 지구력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단비 체육대회에는 꼭,

종이 인간이 아닌

건장한 체격을 지닌 나로서

더 즐겁고 건강하게

체육대회를 즐기고 싶다.


추신: 우리 당근팀, 정말 많이 많이 아끼고 사랑해요 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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