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잖아. 노아의 방주, 그 노아
하루는 길기도 하다. 금방 아침이었는데 금방 새참이고 새참가지고 내려오면 바로 점심이다. 그러고 또 새참, 그러고 또 저녁. 한 끼 정도는 집에서 드시면 안되나. 그렇게 세 끼를 기어이 산꼭대기에서 다 드셔야 하나. 아버님 정말.
아버님도 아버님이지만 삼형제는 참 착하기도 하지. 착한건지 바보인건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써 사십 년째다. 아니, 사십 년째라고 한다. 난 올해 시집왔으니. 사십 년 전부터 이렇게 아침, 새참, 점심, 새참, 저녁을 산꼭대기로 들어 날라 왔단다. 내가 기함을 했더니 형님들은 야식이라도 집에서 드시는 게 어디냐고 하신다.
“느그 아부지 또 비온다카드나?”
“네...”
“50년을 더 살아봐라 비가 오나. 내 여기 100년을 살아도 비 안온다카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기 뭔 난리고.”
‘...아저씨도 참 한결같으셔요.’
나름 새댁이라 속으로만 말한다. 식사들고 산꼭대기에 올라 갈 때 마다 마주치는 이 아저씨는 참 성실도 하시다. 매일 만나는데 매일 똑같은 말로 인사하신다. 나한테 물을 게 아니라 우리 아버님한테 저렇게 좀 말씀해주시지.
아니다. 말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도 동네 사람들 다 아버님한테 말한다. 배는 무슨 배냐고, 배가 뭐냐고, 비가 뭐냐고, 어디서 나는 거냐고.
비도 안 오고 바다나 강도 없는 동네다보니 비, 배 이런 것은 다 이 동네에선 없는 단어들이다. 외국에서 살다 들어온 사람이 전해주는 말이 아니면 비도 바다도 강도 계곡도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다.
사십 년 전 아버님은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다며 홍수를 대비해 큰 배를 만들어야 한다고 산꼭대기로 출근하시는 일이 시작되었다. 그제야 이 동네에도 비, 홍수, 바다, 강 이런 말들이 생기고 퍼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내리는 이슬보다 조금 굵고 오래 내리는 게 비라고, 그런 물이 땅에 가득 차올라가고 막 거대한 물통같은 것이 바다라고 말씀하셨단다. 그래도 동네 사람들은 이해를 못했다. 상상도 안되겠지. 상상을 할 수가 있나. 이러니 우리집이 얼마나 유별나 보일까.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은 가족이 함께 조선업을 한다고 했다.
“조선업을 하신다고요? 배 만드는 일이요?”
“네. 엄청 큰 배 만들어요.”
“어떻게요? 어머, 상상이 안되요.”
“아버지랑 형들이랑요. 형 두 분 계시거든요. 형들은 다 결혼해서 형수님들도 계세요. 형수님들도 같이 돕고 계세요. 저희 엄마도. 뭐 할 만 해요.”
“어떤 배에요? 고기잡이 배? 아버님이 어부이신가요?”
“아니요. 아버지는 그냥 배 만드는 사람. 우리 가족들이 다 들어가서 살 배를 만드시는 거에요.”
“가족이 다 들어가서 산다고요? 배에?”
“네. 재밌는 가족이죠?”
“네... 재미있네요..”
사실 재밌는게 아니라 신기했다. 배를 만든다니. 가족들이 들어가서 살 배를 만든다니. 그 일이 가족으로 가능한 일인가? 좀 신기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이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니 가족회사라고 할 수 있겠고. 가족회사면 공과 사의 구분도 모호하고 평일과 휴일도 따로 없을 텐데. 걱정은 됐지만 아들만 셋인 집에서 가족회사를 운영한다니 우애도 깊고 효심도 깊고, 게다가 며느리들도 함께 한다니 집안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남편은 참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웃기는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훈훈한 집안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