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 집 며느리의 일상
조선업이 가족끼리 가능한 일이냐고
생각만 할 때가 좋았다. 막상 결혼하고 보니 어머님은 아버님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본인은 밥과 새참해주는 도우미에 불과하다고 하셨고, 인테리어디자인을 전공한 큰 형님은 아버님과 사이가 좋았지만 작은 형님은 하루 세 끼에 새참 두 번까지 산꼭대기로 배달하는 일에 이골이 나셔서 내가 들어오고 나서는 아버님과 거의 단절상태였다.
그런 작은형님을 이해는 하지만 그 대가로 모든 집 안 잡일이 내게로 쏟아져 내려왔으니 정말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작은 형님네는 분가까지 했다. 힘든데 부럽기까지 하다. 분가해서 신혼을 즐겨야 하는 건 형님네가 아니고 우리인데 말이다!
오늘도 이고지고 산을 올라간다.
“느그 아부지 또 비온다카드나?”
“네...”
“하이고. 도대체 하루에 이 난리를 몇 번을 해야하는기고?”
“......”
“내 도와주리?”
“괜찮아요.”
“그래, 고생하라케라. 비가 오나보래이. 뭔 뚱딴지고!”
하시며 휙 가버리시는 아저씨. 도와줄 마음이 아니었음 말씀이나 마시지.
탕탕탕탕 못질 소리가 여기까지 쩌렁쩌렁 들린다. 이럴 땐 아버님께 식사전해드리는 일이 늦춰져서 내 휴식시간이 줄어든다.
“아버님! 식사가져왔어요!”
“탕탕탕탕!!”
“형님! 자기야! 식사왔어요!”
“탕탕탕탕!!”
울려대는 망치소리 때문에 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는가보다. 천막으로 가려진 배 안쪽은 먼지가 많아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어서 나는 바깥 쪽에서 아버님이나 남편을 불러 식사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렇게 망치질 소리가 들릴 때면 내가 소리를 질러봤자라서 누군가 센스있는 사람이 안에서 먼저 나오지 않으면 나는 무턱대고 기다려야 한다. 놓고 갔음 싶지만 아버님이 어머님께 전할 내용이 있거나 심부름꺼리가 있을 수 있어 일단 기다려야 한다.
“아버님, 창은 이쪽으로 내는 게 좋겠죠?”
“그래. 그건 니 알아서 해라.”
“방주 뚜껑 디자인 가져왔는데요.”
“음.. 내 디자인 보면 뭐 아나. 기능만 맞으면 나머진 니 알아서 해라.”
“네. 그리고.... 이쪽으로 아버님 방을 만들까요?”
“아니다.”
“근데 왜 이렇게 크게 자리를 빼놓으셨어요.”
“여긴 내 알아서 할끼다.”
“그럼 이쪽으로 물저장고를 내도 될까요?”
“거긴 그냥두라카이.”
“그럼 아버님어머님 방은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느이 셋이랑 애들 방이나 잘 나눠봐라. 내는 내 알아서 한다 안하나.”
“그럼 방은 동서들이랑 상의해서 정할게요. 망치소리 엄청 크네요. 이제 식사 올 때 된 것 같은데요?”
“아까부터 뭔 소리나는거 같드마. 니 나가봐라.”
“아까부터요?"
"어머 동서! 오래기다렸어?”
“네 형님. 망치 언제 끝나요?”
“그러게 말이야. 아버님은 소리들렸음 말씀좀 하시지. 어쩜 저러시냐.”
“이젠 뭐 섭섭하지도 않네요.”
“고생했어. 미안해. 잠깐만, 여기봐봐. 여기가 우리 쓸 수 있는 구역이거든. 동서네 어느 방 쓸래?”
“아버님 방에서 제일 먼데요.”
“하하하. 거긴 둘째네 줘야될 걸.”
“먼저 맡는 사람이 임자죠.”
“근데 또 수시로 부르시잖아. 그럼 가까이 있다가 튀어 나가는게 편할텐데.”
“그럼 그 방 형님이 하시면 안되요? 그래도 형님이 제일... 아버님을 제일....”
“제일 뭐? 치.. 알았어. 시간이 도와 줄거야. 적응하는 건. 그럼 여기 아마 아버님어머님 방이 될 것 같거든, 그러면 우리가 이쪽 방 쓰면 되지? 동서네는?"
“그럼 저희는 여기 중간 방이요.”
“그래, 내가 서방님들한테 얘기할게. 그리고 이거 평면도 어머님 보여드려. 이렇게 할까 하는데 어머님 어떠시냐고 여쭤보고 혹시나 뭐 전하실거 있으면 저녁때 말해줘.”
“네. 형님. 형님도 얼른 들어가서 드셔요. 감사해요. 형님.”
큰 형님은 늘 따뜻하다. 며느리 셋 중에 공부도 제일 많이 하셨고 학벌도 좋으신데 늘 부드럽고 따뜻하다. 저돌적인 아버님의 추진력과 실행력이 간혹가다 위험할 때가 있는데 그 뒷 일 수습을 기어이 형님이 해내신다.
아버님도 형님의 수습력을 아시는지 형님의 말씀을 대부분 들으시는 편이다. 불같은 아버님은 어머님이나 둘째 아주버님이랑 불이 붙어도 그 다음 날 놀라운 중재안을 내놓으실 때가 있는데 사실 다 형님 아이디어다. 그래도 형님은 경우가 바르신 분이라 아버님을 조종하거나 무시하지 않으신다. 사실 이런 면을 다른 가족도 알고 있다. 어머님도 큰형님에게 가끔 ‘복덩이 언니’라고 하시기도 한다.
가끔 큰형님에게 쏟아지는 시부모님의 애정이 너무 심하게 보일 때면 좀 질투가 나기도 하고, 나는 이 집에 밥이나 하러 들어왔나 싶지만 난 형님만큼 싹싹하지도 않고, 아버님의 시끄러운 잔소리를 끝까지 듣고 있을 인내심도 없고, 어머님처럼 음식 만드는 일에 뛰어나지도 않기에 난 그냥 이 정도 포지션을 유지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