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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Feb 16. 2022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냥, 크리스마스길래(뭔 상관?ㅋ)

 날 저녁이었다.

 

특별한 일 없이 보통의 하루가 지나가는 와중을 붙잡고 있다가 갑자기 그날 저녁과 그 주간에 찍었던 사진과 짧은 영상들로 유튜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듣기만 해본 블로(VLLO)앱을 깔았고, 사진들을 이어붙여 영상을 만들어 썸네일도 없이(만들줄 몰라서) 유튜브에 업로드를 했다. 불과 20-30분만에 일어난 일이다.


 나 이제 유튜버인가?


 갑자기 추진력에 급발진을 걸었던 것은 그 날 밤, 12월 초에 있었던 둘째 어린이집 선생님과의 면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한글도 완벽하게 뗀 것 같지도 않고, 덧셈뺄셈을 시켜보면 틀리는 게 거의 없었던 첫째와는 달리 20문제 중 서너개는(어쩔때는 더 많이) 틀려주는 아들놈이 좀 걱정되었다. 성별탓을 해야하나, 부모의 무한애정탓을 해야하나.


 딸 키우다 아들키우면 정말....하아... 귀여워요, 귀엽습니다. 그냥 귀엽게 내 옆에 살아있어라, 너에게 바라는 건 생존뿐이야~ 라고 했더니 진짜 생존만 하고 계시는 분이 내 아들.




 초등생 될 준비가  안되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고, 그래서 한글쓰기도 읽기도 덧셈뺄셈도 시켜보는데 하기 싫어하거나 팔이 아파서 못하겠다거나 어린이집에도 모르는 아이가 많다나.

헐, 니 누나는 어린이집 졸업 전 학기엔 받아쓰기도 했었어!!



  

면담 날.


 "얘가 한글도 모르고요, 수학도 틀리는 게 태반이고. 첫째는 이 나이때 받아쓰기도 었거든요. 틀린거 다시쓰기도 하고요. 지금 반 아이들은 어때요?"


 "그러게요, 1학기 때 시도를 했었는데 아이들마다 편차가 크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독서클럽을 진행했죠(읽은 책 제목 쓰기를 했다. 읽은 권수에 따라 100클럽, 200클럽 등의 인증배지를 주셨다). 받아쓰기까지는 좀 어려울 것 같아서 7세용 한글 수학교재 하고 있어요. 올해 아이들 다 비슷해요. 근데 어머니, 그린이(아들)는 몰입력이 아주 좋아요. 비행기 잘 접잖아요."


 "아휴..(진짜 깊은 한숨)집에 종이비행기들이 쌓였어요. 버리지도 못하고 정말..."

(종이비행기가 우리가 아는 그.. 그것만 있는게 아니다, 종류가 진짜진짜지이이인짜 많다! 비행기접기 책이 따로 있을만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짱이에요."


 "근데 또 귀찮다고 안접어주지 않아요?"


 "그럴때도 있는데요, 기분좋을때는 접어주기도 하고 사진찍어준다고 하면 또 접고 그래요. 어머님들이 학교들어가기전에 뭘 준비해야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는 '몰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를 집중적으로 열심히 하고, 거기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놀이가 점점 확장되는거죠. 비행기를 접고, 접은 걸 날리고, 다른 친구들과 비행기놀이를 하면서 놀이에 확장이 일어나는 게 집중과 창의력에 정말 좋은데 그린이는 그걸 해내고 있어요."


 "아, 그래요?"

(그게 뭐시 중헌디 싶었다, 맨날 집에서 누나랑 그러고 노는데. 종이접기를 전파한건 첫째다)


 "몰입이 어려운 친구들이 있어요. 놀이를 영상보는 것 처럼 생각해서 이거 펼쳤다가 후다닥 다른 걸로 넘어가고, 또 펼쳐놨지만 놀이를 시작도 하지 않고 그냥 다른 놀이감을 찾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린이는 몰입이나 집중이 경험이 되어서 그런지 한 놀이감으로도 확장을 해가면서 놀거든요. 놀이에 맥락이 생기면 재미가 생기고, 친구들도 같이 놀고 싶어해요.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 되면 영재교육원(?) 같은 곳에서 학생추천받는다는 안내문이 와요. 저는 그린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저렇게 몰입과 확장이 되는 아이라면 공부쪽이 아니라도 영재같은 재능이 있을 것 같아요."


 "(헐..내 아들이.....?) 네.. 여....영재..."


 "그럼요, 어머니. 바로 전에 00이 아시죠? 00어머님과 상담했는데요. 매일 그린이얘기를 한데요. 비행기도 잘 접고 다른 것도 잘 접는다고. 그래서 어머님이, 너도 그린이한테 가르쳐달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00이가 너무 어려워서 가르쳐줘도 못접는다고 했데요. 저도 보고 있어도 못 접겠더라고요. 대단한거에요, 어머니. 그리고 한글이나 수학은 인지능력이 되면 다 하는거니까 걱정마시고요."


걱정하지 말란다고 걱정안하는 부모는 없다.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과가 아니다. 걱정은 여전히 한아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었다.


 종이로 뒤덮힌 거실을 보며 이렇게 어지를꺼면 버린다고 협박하고, 한글쓰기와 덧셈뺄셈 안하면 종이 다 없앤다고 화냈던 나다. 그렇게 화낼 때도 7살짜리 아이가 위험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좋아하는 종이를 없앤다고 하는게 얼마나 유치한 협박인가 자책했지만 내 눈에 보이는 시간의 대부분을 종이에, 특별히 A4용지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아이가 갖고 있는 몰입력과 집중력을 나도 잠시 부러워한 적이 있고 아이답다, 멋지다 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이의 아이다움과 창의력을 무너뜨리고 몰입을 깨뜨리는 우매한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 지금 이 아이의 절정을 어떻게든 남겨야지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종이비행기를 다 모아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던 것들을 유튜브에도 올렸다.

크리스마스날, 밤에, 갑자기.


텔레비전에 니가 나와서 좋겠구나


 유튜브에 올라가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자,

 "그럼 우리 유명해지는거야?"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우리 알아보는거야?"

 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우스웠다ㅋㅋㅋ


 우리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럴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알아보긴 쉽지 않을거야.





 2년 전 쯤,


 내가 전업주부되기를 처음으로 고민했을 때, 그렇다고 돈을 안 벌 순 없는거라 남편에게 

내 전공을 살려 아이들을 데리고 유튜브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단호박으로 불허했었다. 아이들 얼굴팔리는거 안된다고.


 얼마전 170만 유튜버 신사임당이 어느 영상에서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저 나가면 아무도 못 알아봐요. 얼굴팔린다고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 있는데, 일상생활 완전 가능해요. 유튜브 보는 사람만 보는거지 아무도 모른다니까요."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깜짝 놀랐다. 아무도 못 알아보다니, 나는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사임당의 저 말이 힘이 되어 남편에게도 그 부분을 보여주며 아무도 모른단다, 얼굴팔리는거 걱정마라, 누가 봐야 알아보는거지, 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며 휴대폰 용량이 부족하면 안되지않냐며 512기가짜리 메모리카드를 사주며 열심히 하라고ㅋㅋㅋ 기대한다며ㅋㅋㅋㅋ






 근데 두 달 되어가는데 구독자 26명.

 사람들이 알아보는 수준까지 유튜브스타 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ㅋㅋ


 아이들이 자라는 것과 아이들과 나도 함께 자라가는 과정을 글과 함께 영상으로도 남겨야겠다.


.... 그러니까, 말이 길었는데요...



..... 구독과 좋아요 

를 부탁드린다는 말씀입니다 ㅋㅋㅋㅋㅋ




















히힛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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