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정 Apr 27. 2022

학교가고 싶다고 우는 애

가기 싫어서 징징대더니

 아침에 일어나서는 기침이 계속 난다고 했다. 이마를 짚어보니 미열이 약간 있다. 체온을 재보니 37.3

아이들이 보통 기초체온이 높긴 한데 이 정도로 "열이 난다"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조금 난감했다. 근데 기침은 계속 난다고 하니 자가키트는 음성이었지만 워낙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던 시점이라 학교는 안가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기로 했다. 금요일이었다. 첫째 아이의 얘기다.


 둘째는 모든 상태가 보통 때와 똑같았다. 같은 방에서 자고 일어났지만 열도 기침도 없었다. 등교에 대한 의지가 커서, 순전히 학교급식이 너무 맛있어서 학교 다니는 애라 자가키트 음성인 것을 확인하고 등교시켰다.


 주말에 잠깐 열이 38도를 넘어가길래 해열제를 먹였더니 열이 내렸고 다시 오르지 않았다. 후각미각도 다 살아있고 기침도 하지 않았다. 해열제로 열이 내리면 코로나는 아니라는 경험담들이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주말을 보냈고 월요일이 되었다.


 막 등교준비를 시키는데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아침에 같은 반에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아직 등교 전이면 자가키트를 하고 등교시켜달라고. 등교시간은 다들 정신없지 않으신가요? 워낙 경황이 없어 누구의 담임이신지 듣질 못했다. 게다가 학교 대표번호로 온 전화라서 확인도 불가능. 둘 다 자가키트를 해보기로 했다.

 둘째는 확실히 음성, 첫째는.... 지금껏 보지 못한 선명한 두 줄이 나왔다. 헐. 이제 열도 다 떨어졌는데 이제와서 이게 머선129.


 둘째는 일단 음성이니까 등교하고 첫째랑은 병원으로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확진. 보건소에 보고도 빨리 되나보다. 바로 문자를 받았고 바로 격리에 들어갔다.



병원에 신속항원검사하고 확진판정 받고 돌아오는 길에 본 마지막 처음이자 마지막 벚꽃......



 평소에 일주일에 한 두 번씩은

 "나 오늘만 팀즈(온라인으로 하는 학교수업, 요즘 자가격리하는 친구들이 많아 담임선생님들이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하신다)로 하면 안돼? 학교 가기 싫은데."

 "왜 학교 가기가 싫어?"

 "귀찮아. 팀즈로 하는 애 많단 말이야."

 "학교 안가면 급식도 못 먹어."

 "그렇긴 하지, 힝."

 "빨리 준비하고 학교 가야지~"

 "오늘만 그냥 급식 포기하고 팀즈 하면 안돼?"

 "안된다고~ 확진자도 아닌데 왜 팀즈를 해~ "

 "힝. 오늘 줄넘기 하는 날이니까(혹은 도서관 가는 날이니까, 리코더 하는 날이니까, 등의 이유를 찾아냈다) 학교 가야겠다."


 이런 식으로 가정학습에 대한 욕구(?)를 뿜어내는 아이였어서 본격 격리가 시작되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며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재택근무하는 아빠처럼 컴퓨터를 앞에 놓고, 마스크벗고 공부할 수 있는 거냐면서 격리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답답함은 나의 몫이고.



틈새 유튜브홍보ㅋㅋ






 요즘 아이들의 수업은 한 반에 60명에 육박하던 우리 때와 당연히 달랐다. 무엇이든 체험과 경험으로 배워나가는 것이 많았고, 앉아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면서 친구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듣고 어디엔가 표시를 하거나 그리는 등 수학이나 영어같이 선생님의 특별한 수고가 필요한 과목 외에는 체육수업이 아닌데도 상당히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그러니 체육이나 음악 미술시간은 뭐 묘사할 필요가 없겠고. 노트북의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에너지가 넘쳐 흘러 나를 책장정리라도 하게 했다.

 

 뭐랄까, 시끄러운게 아니라 정말 에너지ful한거다. 그 수업과 상관없는 아줌마인 나를 움직이게 하고 일하게 만드니까. 활력넘치는 아이들 목소리에 묵은 책 정리를 하고 눈에 거슬리던 아이들의 장난감정리도 몰래몰래 했다. 밖으로 나가 봄을 맞이할 순 없었지만 집안은 봄맞이를 마쳤다. 나만 아는 봄ㅋㅋㅋ


 그렇게 이틀 정도는 즐겁게 팀즈수업을 했다. 교과서가 없으니 답답하다고 해서 선생님과 약속하여 교과서도 갖다줬고, 중간중간 깨끗한 수학책의 문제도 다 풀어놓으면서 학습의 구멍도 대충이나마 메꿔가는 것 같았다. 한 3일째가 되던 날이었다. 2교시의 수업을 연달아 하고 쉬는 시간에 첫째가 울기 시작했다. 나 지금 학교 가면 안되냐며.


 "안되지, 이제 수요일인데. 다음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갈 수 있어."

 "엉엉!! 왜 학교에 못가!! 나 열도 안나는데!!"

 "지금 격리기간인거 선생님도 아시고 친구들도 아는데 나간거 걸리면 벌금도 천만원..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알아? 벌금도 그렇지만 친구들한테 옮기면 어쩌려고.."

 "엄마는 안걸렸잖아."

 (그러게, 딱히 격리를 안하고 사는데도 나는 안걸리더라. 슈퍼항체인가, 나도 모르는사이에 슬쩍 걸리고 지나간건가)

 "엄마는 안걸렸지만 너희들은 아직 어린이라서 혹시 몰라. 너 그렇게 팀즈수업 하고 싶어했잖아~ 실컷 팀즈로 수업받아~"

 "아, 재미없단 말이야! 학교 급식도 못 먹고! 으아아아앙앙~~~ 다음시간 안 해!!!!!"

 "안할거면 컴퓨터 끄고 들어가라(태연한 모드 이어가기...)"



휴가를 기다립니다... 이번 휴가엔 마스크벗을 수 있겠죠?




 그러게, 얘네는 학교 밥이 너무 맛있다며 학교가는 낙의 90%지분은 학교급식에 있는 아이들, 첫째가 학교 못가는 사이 둘째가 너무 학교 밥 자랑을 많이 해서 예민해져있는 상태에... 친구들끼리 마니또도 하는 중이고 활동적인 수업이 많으니 답답했나보다. 당연하지.


 우울할 때면 베란다로 나가 리코더를 불며, 격리기간동안 리코더만은 일취월장하겠다며, 리코더 기술을 연마했다. 리코더마저 마음대로 안되니 짜증도 내고 울기도 하는 중에 유튜브도 보면서 연마해갔다.


 드디어 격리해제가 되고 학교 가는 날,


 워낙 격리되고 해제되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일주일만에 교실에 출현한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오프라인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감격이 큰 듯 했다. 코로나가 정점을 치고 내려오는 그 시점에 막차타고 걸려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가볍게 지나가서 다행이고, 아직 친구와 몸을 부대끼거나 손잡는 것도 금지지만 우리가 몸을 가진 인간이기에 온라인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몸을 움직여 만나고 활동하는 것의 소중함을 더 느꼈...겠지...? 나는 아이를 보며 이렇게 느꼈고.


 마찬가지로 막차타고 걸려 격리하며 재택근무를 한 남편은 왜 격리가 일주일로 줄었냐며 천상 집돌이기질을 뿜뿜 발산했다. 컴퓨터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이라 너무 좋다며.

그래도 회사는 가라.. 빨리 가.. 빨리 나가....



 학교가고 싶다고 우는 애와 회사가기 싫다고 우는 애, 그리고 학교생활에 엄청 신나게 적응하고 있는 애 까지 집 밖을 나가던 날, 나도 오랜만에 친구를 불러 브런치를 했고 집을 치웠다. 후아. 화장실이 두 개 있는 집이면 여한이 없을 줄 알았는데, 출입문이 두 개 인 집을 바랐어야 했던건가 싶다.


 이제 생활지원금만 신청하면 된다. 이제 끝.

모두 건강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피아노콩-쿠르, 나의 과거와 딸의 현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