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시작이 아니었나보다

by 김호정

글을 쓰겠다고 다짐한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유'라기 보다는 '격려'라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문학수업의 교수님이 나의 첫 합평글에 "오, 매년 신춘문예 있는거 알죠. 소설쓰실 단초가 보여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날은 정말 수업 마치고 집에 와서 남은 시간동안 마음이 얼마나 붕붕 떠다녔는지 모른다.


몇 번의 합평이 있고난 뒤, 같이 수업듣는 선생님도 이전에 내가 합평에 냈던 글의 제목들을 언급하시며 "앞선 글들도 그렇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어요. 소질이 보여요."등의 격려를 해주셔서 엄청 크게 내 귀와 마음에 박혔다.


물론 합평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냉정한 평가도 있었다.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글을 써요?"

"이 글은 왜 쓴거예요?"

라는 나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질문도 있었고

"소재도 잘 잡고 발상도 좋은데 문장 공부를 더 하는게 좋겠어요. 좋은 문장을 쓰려면 사실 계속 써야하고, 그래도 늘지 않으면 한계로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죠."

라는 수용가능한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좀 의외의 평가였다. 나는 내가 문장빨은 있는데 소재가 약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문장빨이 없다니.


처음엔 그 평가를 수용하지 못하다가, 내가 내 글을 소리내서 읽어 보았다. 합평할 때 자신의 글을 소리내서 읽는데, 버벅거리면 안되니까 연습할 겸 읽었다가 저런 평가를 받은 후 좀 신경써서 소리내어 읽어본 것이다.


두 세번을 반복해서 읽어도 입에 안붙고 유려하게 읽히지 않고 버벅거리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정말 문장이 구리구나 싶었다. 문장이 괜찮나 아닌가를 낭독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으로도 편하게 읽히지 않으면 머리로는 더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평가와 의견들을 귀담아 들으며 나는 일단 썼다. 정말 작가가 되면 더한 평가도 받을 테니 이런 애정어린 평가는 감사히 받아 들이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이 때가 작년 12월경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신춘문예는 마감을 한 상태였고 몇몇 처음 들어보는 일간지의 신춘문예가 남아 있었다. 일간지 신춘문예와 잘 몰랐던 출판사의 신인문학상에 합평에서 호평을 받았던 글과 급하지만 정성들여 쓴 글, 이전부터 몰래 소소하게 써왔던 글들을 응모했다. 덜컥 당선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마음으로.


등단을 한다면 유력일간지나 유명 출판사를 통해서 멋지게 하고 싶은데 무명 일간지에서 등단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상팔자로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충격적이었지만 받아 들였다.

'내 글이 너무 시대를 앞서갔나'같은 정신승리로 가고 싶지 않았다.

현실을 빨리 인정하는 것이 종국의 승리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도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은 너무 뜬구름이고

달성가능한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독자투고를 받는 월간지에 투고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좋은 생각>과 <샘터>가 있다.

이 두 월간지에 생활수필을 투고했다.

투고한 첫 달에 <좋은 생각>에 채택되었다.

'그럼 그렇지. 나야 나.'

하는 생각에 도취되어 그 다음 달에도, 다다음 달에도 계속 투고하고 있는데



......뭐 그렇다.....


<좋은 생각>에 첫 투고를 한 뒤 두 세달 지나서 <샘터>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샘터>에도 투고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 같은 음지의 작가지망생에겐 그야말로 큰 격려이다.


이 두 월간지에서는 채택이 되면 선물을 주신다. <좋은 생각>을 통해서는 스타벅스카드를 받았고, <샘터>를 통해서는 고료를 받았다.

책에 글이 실리는 것 만으로도 기쁜 일인데 선물도 돈도 주시니 실질적인 격려를 받았다고나 할까. 계속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 차올랐다.


두 월간지에서는 매달 특집으로 다룰 주제를 정해서 투고를 받는데(자유로운 주제의 글도 받는다), 몇 달 간 투고를 하면서 정해주는 주제에 따른 글쓰기를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지금도 계속 투고 중이다.


그리고 또

인정받고 싶었던 곳



진짜 접수 후 2-3일을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알게 되었다.

이런 제목으로 메일이 오면

진심이신가요?


이렇다는 것을.


심적 충격이 상당히 컸다.

이유를 모르는 탈락이기에 더 괴로웠다.

누구는 전날 밤에 신청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합격메일(?) 받았다고 하던데.


내 인생에 글쓰기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작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도 준비기간인가, 나 지금 준비운동하고 있나.


나는 '뭐가 문제일까' 부터 시작해서 '뭘 위해 쓰려고 하는 건가'를 지나 '나는 왜 태어났나' 수준의 깊음 속으로 침잠했다.


실패가 계속 되라는 법은 없다.

계속되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 이러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3일 동안 10개 넘는 글을 써대며

글 자판기 처럼 기쁘게 노트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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