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시선과 감정선
실행
신고
라이킷
16
댓글
1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호정
Aug 11. 2023
장례식이 즐거워도 된다면
그래도 된다면
얼마 전 지인의 어머니상이 있었다
평소 안부를 몰랐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슥슥 페이스북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남편이 퇴근하고 나서 친구와 가기로 했다.
얼마 안남으신 것 같다고 들었어도
부고소식은 늘 갑작스럽기 때문에 어떤 각오를 하고 있든
부고소식은 늘
갑작스럽다.
나도 나이가 들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호상'이라고 말도
못하겠다
.
100세까지 사시면 호상인가,
90이라고 호상인가,
예고되어 있으면 안슬프던가.
예고도 없고 사정도 몰랐기에 황망한 마음으로 갔었다.
그리고 또 소오오올직히...
합법적(?)으로 아이들없이 밤외출을 감행할 수 있던 것, 역시..
작년말 문학기행을 이끌어주셨던
교수님은 9남매라고 하셨다.
본인이 막내시라고.
아버지와 큰 형님은 돌아가셨다고 했다.
언젠가 모든 가족들이 모인 식사자리가 있었는데
누님 형님들이
"우리 이렇게 맛있는 거 같이 먹고 놀다가 미련없이 가쟈!!"
라고 하시며 웃으시는데 본인은 웃을 수 없었다고 했다.
누나 형님들 뿐 아니라
매형 형수들까지 장례를
치르려면,
나는 몇 번의 장례를 치러야 하는거야.
나는 얼마나 슬퍼야 하는거야,
라는
생각에
센치해지고 있는데
세상 화기애애하게 대화나누며 식사하시는 누님형님들이 야속했다고.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기쁨보단 슬픔이겠지
.
얼마나 많은 슬픔을 통과해야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나에 느끼는 행복에감사한 마음을 갖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겸손한
생명체인가.
그런데 사람을 죽이고 더 죽이고 파면하고
어째 그런다냐.
모순이라 인간이다.
죽음이 지금만큼 가깝지 않았을 땐
농담처럼 저런 말도 막 했는데 지금은
못하겠다.
안친해도 와라, 결혼식때 못불렀으니 와라,
와주믄 안될까, 와서 육개장이나 먹고가
하고
싶다
.
밥 맛있는데로 미리 알아두고
거기서 장례해달라고 해야지
.
솔직히 지금 우리엄마아빠야 6남매고
그러니
3일장을 한다고 해도 오실 분들이 있을테지만
나는 3일이나 하면 누가
올까.
장례비용도 모아놓고
죽어야겠다
ㅡ
장례식 조문객들은 대부분 대학부때 사람들이었다.
이제 대학생때라고 하면 20년 전 얘기다.
그 20년전에 프레시맨도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은 나이와 계절과 함께 흘렀고
역동성 충만한 20-30대를 보내며
같은 교회에서 시작했던 모두의 젊은 날은
각자에게 더 어울리거나 필요한 곳으로 흩어졌다.
흩어졌다
뿌려졌다
옮겨졌다
무슨 말이 어울리려나
그렇게 각자마다 거리가 생겼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났다.
장례식 때문에.
황망한 마음에 달려간 장례식이었지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아주양 편안하게 앉아들 계시는 분들 덕에
.
내 웃음소리가 너무 컸나..;;
시절이 그리운거다, 그 시절이
젊음과 시간으로 가득찼던 시절이
생각해보니 그렇게 그립지도 않다
.
평가로 가득찬 젊은 날을 다시 보내고 싶진 않다
.
지금이 좋은 것 같다
.
그때보다 웃을 일은 덜하겠지만
슬픔을 슬픔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좋은 것 같다.
생각해보건데 왜때메 그렇게 웃은 건지 모르겠다.
그냥 수다중에 툭툭 나오는 말투가 웃겨서
,
자기가 했다는 눈썹문신이 자연스럽다고
우겨
서,
눈밑
지방재배치를 하겠다며
병원수소문하는 모습이
웃
겨서
,
뜬금없이 라식수술 자랑해서(?)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대화내용은 1도 없었다
.
그야말로 아무말노가리 대잔치였는데
쓸데 없는 것이 제일 재밌는거라
.
예상치 못한 재미진 추억을 획득하였다
.
공개할 수 없는 웃긴 사진들도 여럿 찍었다.
20대때는 매주 스치는 사이였는데
이제는 어쩌다가 스치는 사이가 되었지만서도
사진으로라도 남겨서 좋았는데...
상주에게 실례는 아니었는지,
재밌으라고 웃으라고 생긴 자리가 아닌데..
그래도 와준것만 기억나지 누가 철없었고 웃었고 웃음소리가 컸고
,
는 기억이 안난다며 유경험자가 말씀해주었습니다.
손정기, shelter
중년이 넘어가는 지금,
우리에게 남은 건 기쁨보단 슬픔의 지분이 더 크겠지
.
일상을 잘 살아봐야지
.
슬픈 중에도 웃는게 인간이니까
!
keyword
장례식
부고소식
일상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