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이부부의 선수지망생키우기
아들은 주변에서 잘한다잘한다 하는 소리를 듣는 아이가 되었다. 아들이 탁구치는 모습을 보신 분들로 부터
"아들 선수 시켜요~"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어서 처음엔 인사치레인 줄 알았다. 그러다 처음 출전한 생활체육 탁구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뒤 진짜 소질이 있는건가, 선수시켜볼까, 하는 마음을 남편에게 얘기했는데 오히려 남편이 더 적극적이었다.
고심이 되는 부분은 아이가 진짜 소질이 있는건가, 하는 부분이었다. 얘가 정말 탁구를 잘 치고 소질이 있는 애면 다니고 있는 탁구클럽 코치님이 진작 선수 시켜보는게 어떻겠냐고 먼저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그정도는 아니니까 별 말씀 없으셨던게 아닐까..
취미삼아 다니는 것 같은데 부모에게 부담줄까봐 말을 못할 수도 있다는 친구이자 현직 예체능교사의 조언이 있었다. 그런가....
그래, 한 번 시켜보자! 얘가 중학생도 아니고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데. 지금 해봤다가 포기하거나 하다보니 더 잘하게 되면 계속 하면 되지. 중학교 올라가서 공부하기 싫으니까 '그때 사실은 탁구를 하고 싶었어'라고 하면 그때는 너무 짜증날 것 같으니. 잘한단 얘기 들을 때 한 번 시켜보자! 라고 남편과 뜻을 모았다.
문제는 우리 둘은 완전 문송이. 양가를 다 뒤져봐도 다 문과계열이다. 예체능계열에 종사하는 사람도 없다. 정보를 얻을데가 없어서 일단 초등탁구연맹, 탁구협회 등으로 전화를 했다. 마침 밀양에서 탁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란다. 사무실에서 이런 상담 전화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흑. 날을 잡아도 꼭 이런 날이다.
아쉬운대로 사이트에 올라온 학교와 선수들 랭킹을 엑셀로 내려받았다. 탁구부가 있는 초등학교와 전문클럽,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순위권에 있는 학교들을 추려보니 서울 금천구, 부천, 안양, 대전 정도였다. 다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선 거리가 있다.
학교들에 전화를 해보자니 어차피 대회출전중일테고, 급한대로 지금 아이를 레슨해주시는 코치님을 뵈러갔다, 남편이, 가능성을 타진해보러.
내가 같이 갔던 것도 아니고 남편을 통해 들은 이야기라 뉘앙스나 요점을 다 모르겠지만 일단 코치님의 말씀은..
많은 경우 국대 부모가 국대 아이를 낳는다. 서포트의 질이 차이가 날 수가 있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셨는지.
잘하는 아이라고 하면 4-5학년에 이미 동호회 어른들은 다 이기는 수준이어야 한다. 2년만 빨리 오시지.
탁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가는 게 우선이다. 이사하실 수 있는지. 유소년 체육의 경우 나라의 보조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
여기까지 말씀하시고 친구분들께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자녀가 탁구하는 아이를 둔 친구들에게.
이름을 들어보았던 그 학교와 클럽이었다. 일단 학교도 클럽도 고학년은 티오가 없다고 했다. 협회를 통해 관심을 표시했던 탁구클럽에서도 며칠 후 고학년 신입은 받을 예정이 없다고 답이 왔다.
2년만 빨리...? 그때는 탁구의 ㅌ도 모를 땐데? 취미로 하다가 잘하면 선수가 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 외국은 본업은 따로 있고 취미로 운동하다가 국대도 되고 올림픽도 나간다는데,
우리나라는 자기의 인생뿐 아니라 가족이 인생을 다 꼴아박아야 운동을 시작이라도 할 수 있는게 좀 웃기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내가 불만있어봤자 나는 체육관 근처에 있는 떡볶이집도 안갔던 애라서, 나는 몰라도 너무 모르고 애는 오늘도 해맑게 탁구를 칠 뿐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어디든 가서 테스트라도 받고 소질이 있네없네를 확인해야 이사를 하든말든 할텐데, 그쪽의 입장에서는 일단 부모의 열의를 확인하는게 먼저인가 싶어 난해한 와중에 코치님께서는
올해 마지막 유소년대상 탁구대회가 ㅁㅁ에서 있으니 구경할겸 가서 초등 고학년애들이 얼마나 잘 치는지, 그만큼 할 수 있겠는지, 그래서 할 수 있겠다 싶으면 거기 출전한 선수팀 코치를 맨땅에 헤딩하듯 만나는게 방법일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대회에 우리 애는 나갈 수 없는건가, 일단 가보긴 하자. 현타를 맞든 용기를 얻든, 포기를 하든 평범한 체대지망생(?)이 되든 해보자! 하며 대회모집요강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