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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Jul 21. 2020

아들의 귀여운 사과


 첫째는 딸이라 그런지 태동이라고 해도 큰 움직임이 없었고 가만히 있을 때 어쩌다 꿀렁 하는 정도라서 '어머!' 하며 아이의 태동을 반가워 했었다. 하지만 아들인 둘째는 달랐다. 내가 가만히 있을 때는 물론이고 걷고 있을 때도 뱃속에서 아크로바틱을 하나 싶을 정도로 태동이 격정적이어서, 걷다가 멈추거나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리기도 했다. 


 태어나고 나서도 비슷했다. 딸은 활동적인 면도 있지만 정적인 활동을 더 즐기는데 아들은 그렇지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보통 아들들이 다 그렇다고는 해도 얘는 과하다 싶을 만큼 좀처럼 걷질 않고, 신호등 앞에서도 잠시 서서 기다리지 못하고 나를 싸고 빙빙돈다. 그 와중에 뛰면서.


 아이들을 재우던 어느 밤, 낮잠 없이 유치원을 다니는 첫째는 빨리 잠들었고, 아직 낮잠을 자는 둘째는 잠이 안 온다며 수다가 이어졌던 날, 내가 물었다.

 “아들, 엄마 뱃 속에 있었던거 기억 나?”

 “음... 아니.”

 “니가 엄마 뱃속에서 막 발차기하고 구르고 했던거 기억안나? 엄마가 얼마나 놀래고 아팠는데."

그러자 잠시 동공지진이 있은 후 아들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엄마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용서해줘."

 느닷없는 사과에 난 너무 깜짝 놀랐다.

 "괜찮아. 다 니가 건강해서 그런거야."

 "그래도 미안해. 일부러 그런건 아니야."


 이 말을 할 때 아이의 표정이 어찌나 심각하던지, 웃음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다. 가끔 이 날을 떠올리면 웃기기도 하지만 아이의 순수한 감정이 느껴져서 뭉클하기도 하다. 이 날 이후로 가끔 잠자리에 들 때면 나에게 

 “엄마, 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아프게 한거 미안해. 많이 아팠지. 미안해.”

 라고 말한다. 


아이의 순수함과 잘못 아닌 잘못이어도 먼저 사과할 수 있는 착한 마음이 지속되기를, 아이를 재우며 잠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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