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의 소개를 하자면, 제 아내는
아내는 마리아, 아들은 아직.
일 년의 한가운데를 지나자 올리브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매일 보는 장관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가난한 생활이었지만 마음에는 풍요를 주었는데, 아들을 보낸 뒤로 맞이하는 이 계절과 풍경은 이렇게 슬픈 것이었나 싶습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니 아름다워서 더 슬픈 풍경입니다.
이제 가난은 생활뿐 아니라 마음까지 파고들었고, 내 마음과 상관없이 시종일관 아름답기만 한 이 동네의 풍경은 나를 조롱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당하는 조롱으로 충분한데 풍경까지.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책임이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믿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요셉입니다. 제 이름 요셉보다는 아내 마리아의 남편으로, 아니 구약시대의 그 꿈쟁이 요셉이 저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마리아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저는 없었습니다. 저처럼 존재감 없는 남자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마리아와 연관된 인물일 뿐 제 이름으로는 잘 불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 이름 없이 마리아의 남편으로 살았습니다. 젊었을 땐 억울하기도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말없이 묵묵하게 마리아 옆에서 마리아의 남편으로 사는 것이 저의 팔자, 아니 운명이라는 생각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나사렛이라는 지역이고 올리브나무와 삼나무가 유명합니다. 특히 삼나무는 집을 짓는데 아주 유용한 자재가 됩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목수일을 배웠고 저도 자연스럽게 목수가 되었고 저의 아들도 저를 따라 목수일을 도왔습니다.
마리아를 처음 만난 건 제가 태어난 지 백오십일 정도 되었을 때입니다. 마리아의 어머니인 저의 장모님은 저희 어머니와 오랜 친구사이였습니다. 백 일이 된 마리아를 보기 위해 어머니는 저를 안고 저희 집에서 멀지 않은 마리아의 집으로 가셨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날의 마리아를요.
마리아는 저보다 오십일 정도 늦게 태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저 보다 엄청 작았고 예쁘고 또 예뻤습니다. 우는 소리, 꼬물대는 몸짓, 모든 것이 귀엽고 예뻤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마리아와 저는 한 동네에서, 한 교회에서 자랐습니다. 늘 같이 지내며 자연스럽게 우리는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마리아는 조용하고 신중했습니다. 어디서나 그랬습니다. 큰 소리로 웃거나 놀라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 마리아가 참 좋았습니다. 그저 조근조근 그날의 일과 주변의 일들, 그리고 하나님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와 함께요.
마리아와 저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사백 년 전에 우리 조상을 지켜주신 분이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나의 할아버지의 증조할아버지의 고조할아버지의 왕왕왕 고조할아버지의 친구가 그분의 영광을 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분이 이 곳에 메시아를 보내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셨답니다. 그래서 사백 년 동안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는데, 왕왕왕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지금의 제가 태어나서 이만큼 나이를 먹기까지 메시아는 오시지 않는 중입니다.
하지만 꼭 메시아가 오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리아와 함께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하나님이 마리아와 우리 조상들에게 하신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메시아가 오실 것이 기다려지고 설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