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리아와의 결혼이 더 기다려지고 설렜습니다. 이 지역의 풍습에 따라 우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달 말에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동네에서 공인된 커플이었지만 좀처럼 같이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순간순간 그 무엇으로 인해 같이 있고 싶었고, 같이 있지 않아도 순간순간 그 무엇이 제 마음과 몸에 느껴지기도 했지만 곧 있을 우리의 결혼을 기대하며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마리아를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아버지는 늘 남자의 책임감에 대해 강조하셨기 때문에 똑바로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 주 주일.
결혼식을 이 주 정도 남겨두었던 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그 날.
주일예배가 끝난 그때.
오후가 되자 바람이 불어 조금 서늘했습니다. 집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는데 뭐라도 걸칠 것을 챙겨 올 걸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마리아를 위해서요. 그때 마리아가 조용히 저를 불렀습니다. 저에게 조용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습니다. 마리아가 먼저 저를 불러 이야기를 하자고 하는 건 극히 드문, 아니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무슨 일일까. 그 사이에 마음이 바뀌었나. 쿵쾅대는 마음을 꾸욱 누르며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는 주로 교회에서 만나고 각자의 부모님이 계신 집에도 가서 만났지만, 마리아가 저를 따로 불러서 우리 둘만 이런 구석에서 예배가 아닌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우리 둘만의 대화는, 데이트라고 믿고 싶었던 그 대화는 꿈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꿈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으니까요.
마리아가 말했습니다.
아이를 가졌다고.
하나님의 천사가 와서 말해주었다고 합디다. 마리아가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고 이름을 임마누엘 예수라 하라고 했답디다.
아.
아이를 가져?
누구의 아이?
하나님의 아이?
그 새끼가 누구야?라고 말할 뻔했습니다.
저에게 그 무엇에 대해 많이 알려 주었던 형이 그랬습니다. 아이는 그렇고 저렇고 이렇고 그런 과정으로 생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단연코 저는 마리아의 털끝 하나 만진 적이 없습니다. 스친 적도 없습니다.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백오십 일이었을 때, 그 예쁜 마리아를 처음 만난 뒤로 우리가 같이 유치부와 초등부에 다닐 때는 손도 잡고 안아주기도 하며 허물없이 지냈지만 마리아에 대한 저의 마음이 심각해지고 난 다음부터는 저는 늘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마리아를 소중히 여기는 증거로 전 마리아를 건드리지(?) 않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