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현실

by 김호정

마리아는 조용하고 신중합니다. 전 마리아의 일과를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저 외에 만나는 남자는 없습니다. 없을 것입니다. 확실히 없습니다. 마리아를 좋아하는 남자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 남자들에게 마리아는 철벽이 아니었을까, 아 이런 상상을 하는 제가 싫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마리아는. 저의 마리아는.


마리아는 조용하고 신중합니다. 제가 마리아를 이십 년간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믿을 수 없습니다. 임신이라니요. 대체 어떤 새끼의 아이인 거죠. 제 심장이 제 머리가 제 것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순간 멈췄습니다. 모든 것이요. 노력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려고요. 한숨밖에 나올 게 없었지만 한숨 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정신 차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노력한 대로 정신을 차리고 차분하게 마리아에게 물었습니다. 사실이냐고,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마리아가 사실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천사를 다시 불러올 수도, 만날 수도 없으니까요.

이 사실을 장모님도 아시냐고 물었습니다. 마리아는 저에게 이야기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알던 마리아입니다. 저의 마리아가 맞습니다. 모든 의견수렴에 제가 제1순위인 것입니다. 마리아에게 제가 1순위인 겁니다. 1순위는 1순위인데, 마리아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제 아이가 아닙니다. 장인 장모님, 그리고 제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죠. 마리아가 임신을 했다고 하면, 저희 아버지께 엄청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전.


저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조용하고 신중한 저의 마리아는 기도를 하자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기도라니, 그러자고 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기도 했고, 마리아가 뭐라고 기도를 했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엔 온통 그 형에게 가서 조금이라도 지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 마리아가 존경스러웠습니다.


하나님의 아이라고 했지.

하나님이라는 분 능력 참 좋으시네.

내 여친에게 어떻게 임신을.


아, 형. 그 형에게 이야기한 게 문제였습니다. 이제 그 형 하고는 절교입니다. 동네에 소문이 다 났습니다. 철없는 친구 놈이 저한테 와서 말합디다.


"야, 니 여친 임신했다며? 근데 니 애 아니라며? 누구야? 어쩐지, 마리아가 얼굴값 안 할 리가 없다 했……."

"퍽!"


그 친구 입에서 저와 마리아를 모욕하는 더러운 말이 더 나오기 전에 막아버렸습니다. 다른 친구가 저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야, 흥분 가라앉혀! 여자가 한둘이냐? 원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가……."

"퍼퍽!"


다른 친구의 입도 막았습니다. 어쩌자고 이 동네에는 양아치들만 살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네가 양아치 천국이었다니. 믿을 놈도 하나 없다니. 저런 것들과 친구였다니. 기가 막힙니다.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