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저의 별명은 '의로운 사람'입니다

제가 참을 수 있었던, 참아야 했던 유일한 이유

by 김호정

저는 솔직히 마리아의 임신 사태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리아가 아이를 낳을 때 까지는 지켜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혼도 출산 후로 미루자고 했습니다.


아니요.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제 여자 친구가 미혼모가 되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꼴을 도무지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원래 계획대로 결혼을 해서 그 아이가 제 아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마리아를 지키는 일이 아닐까요.






아닙니다. 아닌 것 같아요. 아니에요.

마리아를 지켜준다는 건, 제가 건드리지 않은 그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확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괴롭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사백 년을 기다린 그 메시아가 정말 마리아 뱃속에 있는 그 아이라면, 마리아의 몸을 통해 세상에 오는 거라면 저에게도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가 기다린 사백 년의 세월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마리아처럼 저도 조용하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심했습니다. 저는 마리아를 지켜주고 그 아들을 받아들이기로요. 메시아인 것으로 믿기로요. 힘든 결정이었습니다만 저는 어려서부터 "의로운 사람"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습니다. 네, 저는 의로운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의를 지키겠습니다.


이 모든 결심이 서고 난 뒤 저는 마리아와 함께 장인 장모님과 저의 부모님께 저와 마리아의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이미 소문으로 들으셨나 봅니다. 어쩐지 며칠간 집안 분위기가 전 같지 않았더랬습니다. 마리아와 만났냐, 어디서 만날 거냐, 마리아의 부모님은 별일 없으시냐, 결혼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냐 등 전 같으면 어쩌다 물으셨던 질문들을 거의 매일매일 스칠 때마다 물으셨습니다. 저는 태연하게 대답하긴 했지만 무언가 모를 싸한 기운이 부모님과 저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부모님께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저희 부모님은 저와 마리아를 믿겠다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믿어주신다고는 하셨지만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밤, 제 방에 들어오신 아버지는 한참을 침묵 속에 선 채로 계시다가 무겁게 입을 떼셨습니다. 책임지지 못할 행동은 절대 하지 마라, 남자가 비겁하게 살면 안 된다는 등의 말씀과 함께 마리아의 아이에 대해서는 확실히 믿고 있는 거냐며 의심 섞인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그 정도의 의심은 사실, 저는 그 이상도 했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씀이 원망스럽거나 밉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신 아버지께 오히려 감사했지요.


장인 장모님은 금시초문이신 듯했습니다. 말씀을 드리자마자 화들짝 놀라신 장모님께서는 오열을 하시며 저에게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천사가 마리아에게 한 말을 그대로 전했는데도 장모님은 믿지 않으시고 지금이라도 헤어지라며, 이제껏 딸을 잘못 키운 것 같다며 우셨습니다. 감정이 격해진 장모님이 마리아를 때리려고 하셔서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가까스로 장모님을 진정시켜 드리고 방으로 모셨습니다.

장인어른은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 밖엔 팔짱을 끼고 앉으신 채로 통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슬픈 오열과 무거운 침묵 집안에 가득히 내려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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