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발걸음으로 나만의 카미노를 걷는 법

[서평] 휘둘리지 않는 법

by J 스토브리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깨닫게 되는 명확한 진리가 하나 있다. 내 배낭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도, 진흙길 위에서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타인이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길동무들과 헤어져 다시 치열한 일상의 궤도로 돌아오면, 우리는 금세 세상의 소음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곤 한다.

​이 책 **《휘둘리지 않는 법》**을 읽는 내내 나는 카미노의 그 고요한 새벽길을 떠올렸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일원으로, 때로는 성과와 책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휘둘렸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책은 그런 나에게, 그리고 세상의 속도에 지친 수많은 이들에게 "이제 그만 타인의 배낭까지 짊어지는 일을 멈추라"고 나직이 타이른다.


​1. 관계에도 '황색 화살표'가 필요하다

​산티아고의 길을 안내하는 노란 화살표처럼, 우리 삶의 관계에도 명확한 이정표가 필요하다. 많은 독자가 이 책에 열광한 이유는 '거절'과 '거리 두기'를 차가운 외면이 아닌, 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로 정의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조직의 논리에 익숙해져 타인의 기대를 채우느라 정작 내 안의 목소리를 놓치곤 했다. 이 책은 타인과 '같이 밥을 먹는' 따뜻함을 유지하면서도, 내 감정의 영토를 침범당하지 않는 법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


​2. 소음 속에서 내 발자국 소리를 듣는 단단함

​수천 명의 리뷰어가 공통으로 꼽은 이 책의 미덕은 '실천성'이다. 단순히 "마음을 강하게 먹으라"는 공허한 위로가 아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순간에 어떻게 나를 객관화할 것인지,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 때 어떻게 그것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것인지에 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는 마치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며 걷는 순례자의 수행과 닮아 있다.


​3. 결국, 나답게 걷는다는 것

​책을 덮으며 나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에게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중심축'을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20년 직장 생활의 노련함과 길 위에서 얻은 사색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당신의 속도로 걷고 있는가?"


​이 책은 단순히 '세상에 대처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지침서가 아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타인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보폭으로 끝까지 완주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든든한 지팡이다. 이제 나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다시 나만의 카미노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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