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새 학기 대신 나의 '0'을 선택했다
퇴사 날짜가 정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영어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 수 감소, 사교육 전망,
이런 막막하기만 한 주제들을 치워놓고 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렇다고 내 자리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매일같이 등원하자마자 '쌤-' 하고 찾으니까.
목 끝까지 차오른 퇴사를 몇 차례나 미뤘다.
원장님은 내 교실에 오실 때마다
‘선생님은 참 깔끔하시다.’라고 말했는데,
불쑥불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렇다고는
입 밖에 낼 수 없으니 그냥 웃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며
새 학기 시간표를 보다 결심했다.
나도 아이들을 따라 새 학기를 맞이해야겠다고.
그제야 다음 날 출근해서 퇴사를 말할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는 다음 계획이 정해진 게 아니라면
조금만 더 일해보자고 하셨지만,
제가 매번 망설이기만 하다 타이밍을 놓쳐서요.
이번만큼은, 일단 퇴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