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짱 & 몸짱 프롤로그 >
승모근 통증 때문에 처음으로 병원엘 다녀왔다. 평소 바른 자세를 자부해 왔다. 걷는 것과 스트레칭이 습관화되어 있어 뒷목이 뻐근할라치면 운동으로 곧 치유할 수 있었다. 통증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근육이 놀랐거나 뭉친 거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삼사일이 되면서는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좋아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스스로에게 강제 세뇌를 시켰다. 십일 정도 되니 통증도 익숙해지는 건지 시간핑계를 대고 병원 가는 대신 참기로 했다.
책을 볼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생활의 리듬이 깨지면서 우울했다. 큰 질병에 비하면 이까짓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생활의 루틴이 깨이지다보니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는 느낌이었다. 이런 게 나이 들어가는 거구나 생각했다.
'통증은 참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무시한 채 고집스럽게 15여 일을 버텼다. 자연적으로 풀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약 먹고 주사 맞는 걸 싫어해서 병원 가는 일은 최대한 미루는 편이다. 지나친 염려도 문제지만 무심한 건 더 큰 문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안성맞춤인 상황이 되었다. 치료받은 지 3일째다. 이틀 정도는 차도가 없더니 삼일째부터는 조금씩 차도가 생겼다. 다행히 뼈구조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근육 뭉침 현상이라 꾸준하게 물리치료받으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전기치료, 레이저치료, 약물치료, 안마치료를 받고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알려주는 방식대로 집에서 열찜질을 부지런히 하고 있다. 기분도 한층 나아졌다.
온몸이 돌아가며 아프다는 시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병도 다스리며 같이 살아가는 거지요"
늙으면서 질병은 불가피한 일이니 이왕이면 살살 달래 가며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받아들이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었던 것이다.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에 절대로 오만하게 굴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그런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콩알만큼의 통증을 두고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니, 앞으로 더 이상 책을 볼 수 없는 건 아닌지, 책을 펴낼 거라는 꿈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대로 골골골 하며 늙어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고 나약해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학교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친한 친구에게 아픔을 호소했다.
"아이구 부자병이네~ 내처럼 무거운 솥단지 들고 중노동을 함 해 바라. 나는 진작에 통증을 안고 살았따~ 밤에 잘라꼬 누우면 어떨 땐 아파 잠이 안올때도 있따."
나의 통증이 가소롭기라도 하듯 친구는 놀리면서 공감되는 위로를 해 주었다. 웃픈 친구의 말이었다. 친구가 힘든 일을 하면서 관절과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나는 여러 번 들어왔다. 이제는 그렇게 힘든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으면 안 되냐는 철부지 같은 말을 했을 뿐이었다. 통증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사는 거라는 말은 친구 정도의 경지여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아파보니 그제야 다른 이의 아픔에도 통감할 수 있게 된다. 언제 철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