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뭉술 시간개념

by 삼분카레

두루뭉술 시간개념

국민학교 친구들과 용인 1박2일

고등학교 친구들과 통영 2박3일

여수 시절 친구들과 제주도 2박3일

어머니 모시고 가족여행 문경 2박3일

이번 여름은 여행 복이 터져 이렇게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두루두루 다녔다. 그러고 났더니 입추가 코앞까지 다가섰다.

그 어느 해보다 더운 날씨였다.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다지만 입맛이 없는 여름인데 올해는 여기 저기 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인지 힘든 줄도 모르고 지나왔다. 역시 보양이 되는 음식을 먹어야 여름을 잘 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여름 여행을 다니며 즐기는 사이 여름이 거의 다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때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무심코 생각했다.

가뜩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데 그러다보면 여행을 포함한 몇 일 동안의 시간을 누군가 삽으로 움푹 파가버린 듯한 허전함을 나는 느낀다. 삽으로 떠여진 그 시간들은 따로 어딘가에 잘 보관되어 지는 듯 하나 어쨌든 그 시간들로 인해 나의 일상의 시간 선상에는 움푹움푹 웅덩이가 패여 있다. 너무 밋밋한 것보다는 훨씬 리드미컬하고 다양한 모양새라 재미는 있다.

다시 시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잇자면,

나는 디테일함이 생명인 숫자에게 예민성을 부여하지 않고 늘 뭉뚱그려 얘기하는 버릇이 있다. 시간에도 돈에도 날짜에도.


시계가 2시40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벌써 3시네'라고 말한다. 시간이 빨리 흐름을 더욱 실감나게 말할 때는 2시 30에도 '3시가 다 되어가네'라고 표현한다. 이런 나에게 애들은 엄마표 시간이라며 2시 20분일 때도 '엄마! 3시야'며 나를 놀린다.


22년도 5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도 나는 벌써 올해도 거의 지나갔다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무더운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리고 유수같이 흐르는 시간이 야속해 이런 한탄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시간을 귀중하게 여겨야 하는 부족함에서 오는 관념인 것 같다.

세월이 빠르다고 한탄하면서 나는 습관적으로 시간을 앞당기고 또 빨리 가지 않냐고 재촉하면서 굴렁쇠 쫓듯 달려온 것 같다.

시간들에 개별성을 부여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취급하다보면 시간은 똑같이 나에게 얼렁뚱땅 아는 체 하고선 멀리 달아나 버릴 것만 같다.

다가올 시간을 빨리 맞이하려는 마음보다는 현재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최대한 부여잡으며 살아야지. 1분에게도 이름을 붙여주고 개별성을 부여하면서 촘촘하고 잘게잘게 나누어야지.

아직 남은 많은 여름의 날들을 소중하게 이름 붙이며 찰지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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