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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분카레 Oct 30. 2024

룰루랄라

대구에서 삼수니가, 진주에서 향기가 올라왔다. 병원 진료 때문이다. 구리에 있는 혜수기와 이천에 있는 지니 서울에 있는 나, 모두 다섯이 수서역에서 만났다. 의정부의 금수니와 도봉의 실갱이는 주말임에도 시간이 여의치 않아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 나도 도서관 행사로 늦게 합류했다.


'언제 적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일까'라는 질문에는 사람들마다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친구'는 유년시절의 친구를 능가할 이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 만들기는 쉽지 않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게는 이처럼 든든한 친구가 한 명도 아닌 여섯이나 있다 보니 더 이상의 친구를 만들지 못한다 해도 아쉬움은 없다.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말이 '젊어서는 불안하고 나약하니 친구가 필요하고 나이가 들수록 혼자도 괜찮다'라고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친구의 존재는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된다.


2017년도 상경한 후 수도권 친구들끼리 만남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내가 믿기론 촌 출신 아이들은 갖춘 기본값이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정과 배려가 짙다. 어쩜 이런 애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스러운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달에 한 번, 또는 두 달에 한 번 만나면서 만나는 그 시간을 최대한 즐겁고 많이 웃는 시간으로 만든다. 충만에너지 혜수기, 초긍정녀 삼수니, 사람향이 가득한 향기, 깊은 사유를 즐기는 지니, 한우물 깊게 파는 금수니, 의리 똘똘 실갱이, 어쨌든 존재 자체만으로 감사한 친구들이다.


오늘은 그동안 말로만 하던 모임명을 정했다. 칠공주, 샬랄라, 일곱 왕비 등 다양한 후보가 거론되었지만 최종 선택은 [룰루랄라]였다.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동안 룰루랄라 콧노래가 저절로 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에서였다.


우리의 시간이 룰루랄라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당연지사겠지만 특히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향기를 위함이 크다. 향기가 암과 투병한 지 5년이 더 된 것 같다. 항암치료와 수술하는 힘든 과정 중에서도 향기는 잘 버텨왔다. 그런데 재발되면서 치료과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저 짐작할 뿐이다. 주위사람들 걱정시킬까 염려되어 향기는 힘든 내색 한 번 없다. 오히려 유머와 재치로 친구들의 삶을 응원한다.


건강하든 아니든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 모두는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자각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작은 결심을 하는데도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갈 뿐이다.  시간이 없어서..., 돈 문제로..., 가족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 시기만 지나고 나면... 마음먹었던 일을 포기하는 데는 갖가지 이유들이 산재해 있다.


친구들 만나는 시간만이라도 이런 변명들을 걷어차 버리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기로 했다. 혼자서 엄두가 안 났던 일도 친구랑 같이 하면 쉽게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리스트에 올려두었다가 같이 하기로 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을 때만큼 우픈 현실이 또 어딨을까. 나에게 우리에게 집중하다 보면 그런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팔순을 넘긴 엄마는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고 하신다. 그저 공원뒷산을 오르고, 황톳길 맨발 걷기와 절에 다니는 일이 엄마의 최애 취미다. 매일 배불리 먹고 편히 쉴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라며 한치의 거짓이 없음을 피력하신다. 나는 그럴 리 없다고 했다. 이 좋은 세상 두 다리가 성할 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을 거라고 진실을 말하라고 억지를 부렸다. 당신이 해보지 못한 일이 수도 없이 많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방 안에서 지구촌 구석구석과 음식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이 동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욕망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것인지 궁금했다. 궁금증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내 생각으론 아무래도 돈 문제가 제일 큰 것 같다. 당신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사치고 낭비라고 생각한다. 그 나이에 아등바등 아껴서 뭐하려냐고 툴툴거리면 죽고 나서 자식한테 남게 될 거라고 말씀하시는 내 엄마의 생각을 나는 도저히 바꿀 자신이 없다. 삶은 각자의 몫이다. 엄마의 방식을 존중해야지 마음 먹지만 좀처럼 반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친구들끼리 '만나서 무얼 해보고 싶은지'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우선 그날 올라온 의견으로는

1. 한복 입고 경복궁 거닐기

2. 글램핑 하면서 불멍 하기

3. 방탈출 게임 같이 해보기

4. 어학연수 떠나기

5.

6.


사소한 것들이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은 일, 혼자서는 실행이 안 될 것 같지만 같이 하면 용기나 날 일들이다. 더 많이 더 오랜 시간을 친구들과 같이 하기를 희망한다. 서로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나의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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